차경복 성남 일화 감독은 29일 대뜸 “이러다 명대로 못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엄살이 아니다. 성남이 2002프로축구 삼성파브 K리그에서 한참 잘나가면서 우승을 확정짓는 듯 싶더니 최근 5경기에서 무승으로 곤두박질, 자칫 선두를 내놓을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렸기 때문.
지난해 챔피언 성남은 2라운드가 끝날 때만해도 2위권를 승점 10점차 이상 따돌리며 간단히 2연패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3라운드 들어 9월14일 울산 현대전에서 1-0으로 이긴 뒤부터 2무3패로 극심한 하락세를 걷고 있다. 2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33)와는 불과 4점차, 공동 3위인 안양 LG, 울산, 포항 스틸러스(이상 승점 32)에는 5점차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고 있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5게임이나 돼 1위 수성이 쉽지 않은 상황.
“선수들이 승점차가 많이 나니까 우승한 것으로 생각하더라구요. 정신상태가 틀려 먹었어요. 그래서 충격요법을 썼는데도 아직 별 효과가 없고….”
차 감독은 19일 울산전에서 1-3으로 패한 뒤 골키퍼 김해운과 수비수 김용희, 미드필더 박남열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이들 모두 나사가 풀린 플레이로 안줄 수도 있는 골을 먹게 한 바람에 ‘괘씸죄’에 걸린 것. 그러나 이 극약처방 후에도 성남은 1무1패로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맞붙는 대전 시티즌이 꼴찌팀인데도 차 감독이 마음을 못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 감독은 “대전전이 우승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경기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하는데…”라며 한숨지었다. 전력상 분명히 우위에 있지만 지금처럼 가라앉은 분위기에선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차 감독은 2군으로 내려보냈던 박남열을 다시 끌어올려 허리를 보강하는 등 만반의 대비책을 세우고 골잡이 샤샤와 김대의 ‘황금콤비’의 부활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극도의 부진에 빠진 성남이 대전을 잡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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