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부산 아태장애인경기대회 인간승리자들

  • 입력 2002년 10월 29일 18시 58분


부산 아태장애인경기대회(FG)에 참가한 선수들은 ‘평등’을 향해 달리고 뛰며 들고 쏜다.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건 이들의 ‘인간 승리’는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장애에 굴하지 않고 승리를 일구어낸 주인공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한국의 ‘프레스트 검프’인 최용진 선수 (35)는 28일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92년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그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먹고 자는 것 외는 오직 달리고 또 달렸다. 2000년 시드니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7월 프랑스 릴에서 열린 세계 장애인육상 선수권대회에서는 4분43초7로 이 부분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미혼인 그는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마라톤에 도전, 비장애인들과 겨루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안유성 선수(34)도 이날 90㎏급 유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88, 92년 장애인올림픽과 90, 94, 98년 FG에서 금메달을 딴 입지전적인 인물.

여자 양궁의 고희숙 선수(35)는 27일 양궁 휠체어 1, 2 등급 예선경기에서 각각 313점과 312점을 쏴 패럴림픽기록과 세계 신기록을 경신한데 이어 28일 예선에서도 4개의 기록을 새로 세웠다. 남자 양궁의 이홍구 선수(37)도 27일 남자 횔체어 개인 2등급 예선전에서 297점을 쏴 세계 타이 기록을 수립하는 등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 선수의 부인 황금주씨(35)는 양궁 코치이자 심판.

한국 대표팀의 미녀 저격수 김임연 선수(35)는 바르셀로나와 애틀랜타, 시드니장애인올림픽에 이어 28일 공기소총입사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4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뒤 휠체어신세를 지게 된 그는 한국 장애인 스포츠계의 대변인으로 이번 대회 개막식에 성화를 들고 입장하기도 했다. 김 선수는 30일 50m 3자세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87년 군에서 근무중 차량전복사고로 다리를 다쳐 지체장애인이 된 편무조 선수(48)는 27일 남자 공기소송 입사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개인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금메달 소식 뒤에는 헌신적으로 장애인 아버지를 돕는 아들 대수씨(22·대학 휴학생)의 도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이번에도 사격경기 운영요원으로 참가했다.

27일 부경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역도 경기에서는 조수남(35·지체장애 2급) 신정희(여·35·지체장애 3급) 부부 역사(力士)는 각각 48㎏ 44㎏급에 참가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평생을 휠체어와 의족에 의지해 살아온 이들은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장애를 딛고 일어선 감동적인 모습을 연출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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