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전신인 해태가 한국시리즈 100% 우승 확률을 자랑한 결정적 원인은 5차전 이후 경기가 열렸던 잠실구장에서의 높은 승률. 해태는 9번의 축배를 드는 동안 잠실에서 12승3패1무의 경이적인 8할 승률을 뽐냈다.
올해도 기아는 비록 유니폼은 바뀌었지만 서울팀인 LG와 두산을 상대로 시즌 초 잠실구장 13연승을 거두는 등 15승5패를 기록했다.
29일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홈구장 광주에서 이틀 연속 연장 11회 사투를 벌인 끝에 어렵사리 1승1패를 거두고 상경한 호랑이 군단은 살을 에는 추위에도 2만6000여 관중이 빼곡히 들어찬 잠실벌에 나서자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관련기사▼ |
정규시즌에서 8승에 그쳤던 제3선발 최상덕은 최고 구속 145㎞의 싱싱한 직구와 130㎞를 웃도는 파워 슬라이더, 110㎞대로 뚝 떨어지는 슬로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8회 1사후 최동수에게 2루타를 맞은 것을 빼곤 단 한번도 2루를 내주지 않으며 9회까지 탈삼진 7개를 포함해 2안타 1볼넷 무실점의 완봉 역투.
이로써 최상덕은 96년 현대 정명원이 해태와의 한국시리즈에서 기록한 노히트노런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최상덕이 마운드를 굳게 지키는 동안 기아 타선은 광주에서 극심한 빈타에 허덕였던 ‘1할타자 4인방’의 방망이가 바람을 갈랐다.
기아는 1회 연속 볼넷으로 만든 2사 1, 2루에서 신동주(0.125)의 오른쪽 안타로 선제 타점을 올렸고 3회에는 장성호의 안타에 이은 홍세완(0.100)의 좌익선상 2루타로 만든 1사 2, 3루에서 펨버튼(0.125)과 김상훈(0.125)의 연속 적시타로 2점을 달아났다.
이어 5회에는 홍세완의 우중간 2루타에 이은 김경언의 오른쪽 안타, 7회에는 신동주의 안타로 만든 2사 2루에서 김상훈의 가운데 안타로 1점씩을 뽑아 5-0으로 승리했다. 이날 1할타자 4인방이 거둔 성적은 14타수 7안타의 5할 타율에 4볼넷 4타점.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양팀 감독의 말
▽기아 김성한 감독〓선발 최상덕이 워낙 뛰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제구력과 볼 끝이 다 좋았으며 경기초반 가운데로 몰린 공도 LG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후반 김진우를 투입시키려고 했는데 최상덕의 투구수가 많지 않아 끝까지 밀어붙였다. 1, 2차전때 긴장했던 타자들이 승부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뛰는 야구, 공격 야구를 펼쳤다. 앞으로도 활발한 타격전이 전개될 것 같으며 4차전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LG 김성근 감독〓공격력이 떨어진 게 패인이었다. 2안타로는 이길 수 없다. 기아 선발 최상덕은 올 시즌 들어 가장 잘 던졌다. 3회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쳤고 유격수 수비 위치도 문제가 있었다. 잘 맞은 타구가 번번이 야수 정면으로 갈 때는 행운의 여신이 우리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아가 광주 1, 2차전 때보다 오히려 잠실에서 더욱 편하게 경기를 치른 느낌이다. 만자니오가 선발로 나서는 4차전은 사활이 걸린 만큼 총력전을 펼치겠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