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LG 세이커스의 슈터 조성원(31)을 두고하는 말이다.
조성원은 프로농구 연봉랭킹 3위. 올해 2억8000만원으로 120여 프로농구 선수 중 서장훈(삼성·4억3천100만원)과 이상민(KCC·3억원) 다음이다.
현대(현 KCC)를 거쳐 2000∼2001시즌부터 LG에 둥지를 튼 조성원은 타고난 슈터. 남보다 반 박자 빠른 슈팅타임으로 2000∼2001 정규시즌 MVP를 거머쥐었고 99∼2000시즌부터 2년 연속 3점슛왕에 오르기도 했다.
조성원의 진가는 그가 ‘4쿼터의 사나이’라는 데 있다. 내내 잠잠하다가도 승부의 고비가 되는 마지막 쿼터에 들어서면 여지없이 그의 3점포가 불을 뿜는다. 현대가 정규리그 3년 연속 1위에 챔피언 2번, LG가 2000∼2001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얘기를 하자면 조성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조성원이 올 시즌 개막직후 단단히 마음고생을 했다. 개막전부터 2경기 연속 선발출장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 두 경기에서 조성원은 평균 17분50초를 뛰었고 평균 득점은 3.5점. 지난 5시즌 평균득점 16.8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었다.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그런데 왜 LG의 김태환감독은 그를 빼놓았을까. 바로 치밀하게 계산된 전술이었다. 반드시 이겨야하는 경기에 전격적으로 기용해 상대팀의 허를 찌르기 위한 것.
29일 LG-모비스 오토몬스전. 김감독은 이 경기를 양보할 수 없는 경기로 삼았다. 김감독과 모비스 최희암감독은 중앙대 연세대 감독시절부터 정상을 다투던 라이벌 사이. 최감독이 올 시즌 모비스 사령탑으로 부임해 이 경기는 대학 라이벌 감독이었던 이들이 프로무대에서 벌인 첫 대결이었다.
김감독은 이날 조성원에게 첫 선발출장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조성원은 김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33분 40초동안 뛰며 3점슛 4개를 포함해 팀 최다인 26득점. 4쿼터 들어 맞은 고비에서는 천금같은 3점포를 작렬시켰다.
“성원이는 우리 팀의 보배입니다. 강동희를 스카우트해온 이유가 뭐겠습니까. 바로 조성원의 슛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김감독은 경기후 “그동안 조성원을 선발명단에서 뺀 것은 그에게 집중되는 상대팀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변칙작전이었다”고 말했다.
기분좋은 승리를 거둔 이튿날 상경한 조성원은 보름만에 아내와 아들 종민이를 만날 생각에 마음이 바빴다.
“다음 경기 생각은 나중에 하죠. 지금은 가족 생각 뿐이예요.”
언제 마음고생을 했냐는 듯 조성원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자신의 진가를 당당하게 드러내보인 뒤의 흐뭇한 웃음이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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