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라커룸]“참자,참자 이상훈 카드”

  • 입력 2002년 10월 30일 22시 30분


“이겼다.” LG 마무리 이상훈이 승리를 지켜낸 뒤 두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전영한기자]
“이겼다.” LG 마무리 이상훈이 승리를 지켜낸 뒤 두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전영한기자]
정말 무던히도 참아야 했다.

플레이오프 4차전의 최대 승부처는 7회초 기아 공격. LG는 3-2 1점 차 리드에서 발빠른 주자 이종범과 김종국을 무사 1, 2루에 내보내는 위기를 맞았다. 한방이면 동점은 물론이고 역전까지 허용할 수 있는 상황. 더구나 이 위기에서 기아 타자는 전 타석까지 3연속 안타를 기록한 올 정규시즌 타격왕 장성호였다.

LG 김성근 감독이 이때 뽑아든 카드는 이상훈이 아닌 좌완 유택현. 장성호가 왼손투수에 약한 왼손타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좌완 마무리 이상훈을 등판시킬 수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꾹꾹 참았다.

이상훈은 투구수 50개를 넘으면 손가락에 혈액장애가 오는 증상을 가지고 있어 많은 이닝을 마무리할 수 없기 때문. 김 감독은 이상훈의 한계투구 수를 “40∼50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7회초 무사에 이상훈이 등판, 많은 투구를 기록하면 9회에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승부처라는 걸 알면서도 김 감독이 이상훈 대신 유택현을 투입한 것도 이 때문.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장한 유택현은 장성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기대에 부응했고 이어 등판한 이동현은 두 명의 타자를 범타 처리해 이상훈의 어깨부담을 덜어줬다.

김 감독이 아끼고 아꼈던 이상훈은 드디어 8회부터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팀 승리를 지켜냈다. 투구 수는 31개.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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