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이 보여준 모습은 공연한 자신감은 아니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유감 없이 떨치기 시작한 것. LG에는 선발투수가 없다는 평소 지론대로 흔들리는 최원호를 1회 가차없이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투수 교체 타이밍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6명의 투수를 적시에 투입시키는 ‘벌떼 작전’은 기아 타선을 번번이 잠재웠다. 2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는 포수에게 피치드아웃 사인을 내 기아 김경언의 도루를 저지, 초반 실점 위기를 막았다. 또 플레이오프 들어 좀처럼 쓰지 않던 희생번트 작전을 5, 7회 2차례 써 모두 득점으로 연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15년 동안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등 5개팀 사령탑을 맡은 그의 관록은 마지막 승부에서 빛났다. 이날 승리는 김 감독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포스트시즌 들어 김 감독은 “보너스로 경기를 치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주전 김재현과 서용빈이 빠졌고 불안한 마운드를 감안할 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는 것.
하지만 당초 열세라던 예상을 깨고 최동수 심성보 등 깜짝 스타를 발굴해 가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6번째 도전 끝에 평생 바라던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루는 기쁨을 누렸다. 다음달 회갑을 맞는 김 감독에게 올 가을은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들로 남을 것 같다.
광주〓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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