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은 꿈도 꾸지 마라? "

  • 입력 2002년 11월 4일 14시 19분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의 마무리 투수 노장진(28)은 9회초 마운드에 올라 LG 타선을 막아내며 멋진 신고식을 치렀다.

팀에게는 1승을 확실하게 지키는 선물을 줬지만 개인적으로 첩첩산중(충남 공주 인근의 산골마을)에 계신 부모님에게 아들이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흐뭇했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부모님이 시청하실 수 있는 1·3·5·7차전에 나서길 희망했던 노장진.

KBS에서 방송해야만 자신의 모습을 보실 수 있는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앞선 희망이었다.

1차전은 다행스럽게도 일요일에 벌어진 관계로 부모님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지만 남은 경기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KBS가 중계하게 될 3·5·7차전은 불행하게도 모두 평일.

즉 KBS에서 중계하는 날 경기는 모두 오후 6시에 경기가 시작된다.

6시에 경기가 시작되는 것과 노장진의 부모님이 TV 시청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불행히도 아주 기묘한 관계가 있다.

포스트 시즌에 들어와서 지키는 야구의 대명사인 LG의 평균 경기시간은 무려 3시간 26분.

현대와 기아전에서 팽팽한 접전을 펼치며 연장전 승부를 펼친 덕이기도 하지만 수시로 투수교체를 단행하는 김성근 감독의 특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김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런 특성을 유지한다면 남은 경기가 3시간 이내에 끝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3·5·7차전이 벌어지는 수·금·월요일은 모두가 평일.

6시에 시작된 경기는 산술적으로 9시 26분에 끝나게 된다.

9시 26분.

KBS 프로그램상 KBS 9시 뉴스가 할 시간이다.

정규방송의 뉴스 시간을 양보하면서 한국시리즈를 중계해준다는 것은 지금까지 KBS 태도로 미루어볼 때 불가능한 일.

게다가 마무리 투수인 노장진은 경기 끝부분인 8,9회에나 등판하게 되는데 이쯤이면 여지없이 공중파에서는 모 앵커가 화면을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9시 정각이면 자막이 올라가고 "계속되는 경기는 KBS 라디오에서, 경기결과는 스포츠 뉴스시간에..."라는 멘트도 등장하게 된다.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소박한 선수의 꿈도, 자식의 모습을 TV로 보겠다는 노부부의 희망도 조용히 사라지게 된다.

불행하게도 지금으로서는 제발 경기가 9시 이전에 끝나길 바라는 방법 이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듯 싶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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