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모 중학교 선수 3명이 대한축구협회에 추간판탈골증이라는 진단 소견서와 함께 유급신청을 했다. 그리고는 바로 공식대회에 출전했다. 유급을 신청할 만큼 심한 디스크 환자가 격렬하기 이를데 없는 축구경기에 나가다니….
선수 선발 및 등록 규정에 따르면 유급은 생활보호대상자 또는 부모의 이혼으로 가정 환경이 어려운 경우와 6개월 이상 병을 앓았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규정대로라면 유급 대상 선수가 많을 리 없다.
그런데 올해 유급을 신청한 선수는 축구만도 38명. 더욱 큰 문제는 정식 진단서가 아닌 진단소견서를 첨부한 ‘얌체’들이 14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7, 80년대만 해도 멀쩡한 선수들이 질병을 이유로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유급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한 해 더 뛰게 해 성적을 올리려는 팀 관계자들의 욕심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 악습은 유급 조건이 강화되면서 그 동안 거의 사라졌었다. 그런데 올 3월2일부터 유급결정권이 각 시도 교육감에서 학교장으로 넘어가면서 재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학교장 입장에서는 코치나 선수 학부모들이 요청할 경우 이를 모른 체 하기가 어렵기 때문.
변칙적인 유급이 문제가 되자 축구협회는 지난 7월 추가로 유급을 신청한 14명 가운데 13명은 반려했다. 축구를 제외한 다른 종목의 경기단체들은 올해 추가 신청을 받지않아 아직 표면화되지 않고 있지만 문제는 내년 3월. 각 종목의 선수들이 축구의 경우처럼 규정을 악용해 편법으로 유급신청을 할 경우 혼란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축구협회 경기부의 김정훈 과장은 “축농증과 편두통 등 경기와 관계없는 질병을 내세워 유급 신청을 하는 황당한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유급 심사과정에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학교에서 유급을 신청하는 단계부터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변칙적인 유급은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