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내년 봄엔 북한산 인수봉 도전해볼까

  • 입력 2002년 11월 5일 18시 18분


빌딩의 스카이라인이 늘어선 도심속에서 인공암벽 등반을 즐기는 산악 애호가들. 서울의 한 호텔이 마련한 인공암벽 등반시설을 오르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빌딩의 스카이라인이 늘어선 도심속에서 인공암벽 등반을 즐기는 산악 애호가들. 서울의 한 호텔이 마련한 인공암벽 등반시설을 오르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등산하기 가장 애매한 계절이 돌아왔다.

산악인들은 단풍철이 지난 요즘같은 늦가을을 초봄과 함께 산행하기에 제일 위험한 시기로 꼽는다. 환절기인 이 때는 바람이 많이 불고 산 밑과 산 위에서의 체감온도 차가 크기 때문이다. 1000m이상 되는 산의 경우엔 그 차가 섭씨 10도 이상이나 된다.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세계적 산악인 박영석(39·동국대OB)씨도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봉산 암릉이나 북한산 인수봉 원효봉에서 전문가들이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풍속 등을 감안하면 100m올라갈 때마다 체감온도가 섭씨 0.6도씩 떨어진다. 요즘 산 위는 산밑에서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딴세상이다”고 덧붙였다.

또 전국의 국립공원은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를 일제히 가을철 산불조심기간으로 정해 많은 구간에서 산행을 제한한다.

그렇다면 등산애호가들은 이 시기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일부 마니아들은 실제 산에 가지 않는 대신 인공암벽시설을 찾아 훈련을 한다.룰을 정해 인공암벽타기를 하는 스포츠클라이밍이 그것이다.

4일 오후 실내암벽시설을 갖춘 서울 종로구 연지동 ‘아트 클라이밍센터’에선 반팔 차림의 마니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인공암벽을 타고 있었다. 6년째 스포츠클라이밍을 하고 있는 김규곤(35·회사원)씨는 “매주 세차례 이 곳에 와서 3시간씩 연습한다.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 사이가 가장 붐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년을 대비해 체력과 기술훈련을 하고 있다. 12월 중순이후의 빙벽등반을 위해 훈련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보통 3가지 분야로 나뉘어진다. 먼저 벽에 부착된 홀드(손잡이) 등의 잡기 쉬운 정도와 각도에 따른 난이도분야가 있고 두 번째는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과제루트를 올라가는 ‘볼더링’분야, 그리고 속도를 재는 ‘스피드’분야가 있다. 요즘엔 평소 취약했던 기술이나 자세 등을 보완하기 위해 이를 고려한 루트를 정해 놓고 집중훈련하는 속칭 ‘문제풀이’가 유행이다.

미끄러지기 쉬운 ‘벙어리홀드’, 홈이 있어 잡기 쉬운 ‘포켓 홀드’, 집게 손가락의 힘으로 버텨야하는 ‘핀치홀드’ 등 수많은 유형의 홀드와 각도를 고려한 루트를 정해놓고 훈련한다.

‘도봉엑스스포츠랜드’의 이창현대리(31·서울시등반경기위원)는 “팔힘만으로는 안된다. 온 몸의 균형을 잘 잡아야한다. 발과 복근을 많이 쓰고 전신근육을 골고루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균형 잡힌 날씬한 체형을 만들어 준다는 것.

실내암벽등반 시설은 높이가 3∼4m, 실외 암벽등반시설은 16m이상된다.초급자 강습은 한달 8회 6만원선.

주요 인공암벽 시설
인공암장위치전화비고
아트클라이밍센터서울02-765-0764실내
클라이밍아카데미서울02-990-5014실내
경기클라이밍센터경기031-397-6911실내
대구파워클라이밍센터대구053-743-8850실내
도봉엑스스포츠랜드서울02-956-1077실외
성동암벽등반공원서울02-2290-7323실외
*전국인공암장 지역별 상세소개 및 정보 추천사이트대구파워클라이밍센터(www.powerclimbing.org)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암벽등반으로 몸무게 20㎏ 줄였어요”…전문 클라이머 고미영씨

‘73㎏→68㎏→48㎏’

스포츠클라이밍 세계 여성랭킹 5위인 고미영(35·경기클라이밍센터·사진)씨의 체중변화 기록이다. 산을 타기 전 고씨의 체중은 160㎝에 73㎏. 등산에 빠진 후 68㎏으로 줄었다. 여기에 스포츠클라이밍에 심취한 뒤엔 48㎏으로 무려 20㎏이나 더줄였다.

85년 인천 인성여고를 졸업한 뒤 농림부에서 평범한 공무원 생활을 하던 고씨가 산에 심취하게 된 것은 86년부터. 3년여동안 혼자서 전국 명산을 돌아다녔다.그러다 89년 우연히 암벽등반에 나섰다가 그만 스포츠클라이밍에 빠져들었다.

“손가락 한 개로 체중을 지탱하면서 올라가야하는게 스포츠클라이밍이에요, 운동량도 많지만 체중이 무거우면 아무리 힘이 좋아도 안되지요.”

전문 스포츠클라이머라고 매일 암벽만 타는게 아니다. 고씨는 하루 7∼8시간의 강훈련 중 절반 이상을 웨이트 트레이닝에 할애한다. 근력과 근지구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고씨는 94년 5월 처음 참가한 스포츠클라이밍 전국대회에서 일약 2위에 오르며 산악인들을 놀라게 했다.고씨는 다음해 대한산악연맹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올해까지 8년 연속 챔피언자리를 지키고 있다. 97년에는 12년간 정들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문 클라이머로 나서 99년 월드컵시리즈에서 세계랭킹 4위를 마크하기도 했다. 고씨는 올 9월 대한산악연맹으로부터 산악인 최고 영예인 대한민국 산악상(등반부문)을 받았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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