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포커스]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LG

  • 입력 2002년 11월 8일 12시 22분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는 경기를 내줘 1승 3패로 몰린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감독과 선수들과의 신뢰.

이틀 연속 선발 투수를 1회에 강판시키는 김성근 감독의 만행(^^)은 투수들의 입을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선발투수뿐인가?

잘 던지던 장문석도 2이닝만에 내려왔고 유택현, 이승호, 최원호 등은 1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한결같이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표정들이 좋지 않았다.

투수들이 김 감독에 대한 신뢰만 떨어진 것은 아니다.

선발이라고 생각했던 선수가 1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다른 선수들 역시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니 물량 공세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

찬스마다 물거품을 만들어대는 4번 마르티네스는 믿고 출장시키는데 왜 투수들은 실력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투수들은 실력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는 감독에게 불만을 표시하고 감독은 마음에 들지 않는 투수진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내부의 문제만도 아니다.

프로스포츠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팬들 입장에서도 속 터지는 일이 분명하다.

아무리 한국시리즈라고해도 선발투수를 이틀 연속 1회에 강판시키는 행동은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4시간 20분이라는 경기 시간은 경기의 긴장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불만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긴장된 상황에서 투수교체로 시간을 끌다보면 경기의 흥미는 반감되기 일쑤.

지리한 경기 지연 끝에 패배로 마친 경기는 허탈감을 증가시킨다.

김성근 감독 입장에서는 믿을만한 투수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에 의거한 교체라고는 하지만 LG 투수들이 그렇게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다들 한때는 선발투수로써 명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태반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한다면 김성근 감독이 삼성의 감독직에 있다해도 삼성의 불펜진은 정신없이 바쁠 것이고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없다는 평이 나오는 것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프로 스포츠가 아무리 승패를 중시한다고 하지만 경기의 흥미를 반감시키면서 팬들을 이탈시키고 팀내 갈등만 키워간다면 승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 7일 벌어진 한국시리즈 4차전은 LG에게 단순한 1패를 안겨준 것이 아니고 선수와 팬들에게 총제적인 고민을 안겨준 한판이었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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