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옹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을 당시 우승자에게 부상품으로 주어질 예정이었던 이 투구의 존재자체를 알지 못했다. 이 투구는 본래 그리스 아테네의 신문사인 ‘브라디니’사가 보유하고 있다가 마라톤 우승자에게 줄 축하선물로 독일 올림픽위원회에 기증한 것. 그러나 독일올림픽위원회는 ‘아마추어 선수에겐 메달이외의 부상을 줄 수 없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이 투구를 손옹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베를린에서 돌아온 어느 날 손옹은 한통의 우편물을 받았다. 봉투속에는 커다란 투구 사진 한 장이 들어있었고 사진 밑에는 ‘기테이 손·JAPAN 2시간 29분 19초’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투구사진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 채 지냈다. 1956년 서독에서 열린 육상대회에 초청돼 간 그는 우연히 통역을 맡은 사람과 함께 박물관을 찾아가 사진 속의 그 투구가 자신의 부상품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이후 그는 서독올림픽위원회를 상대로 청동투구 반환을 위한 집념을 불태웠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86년 서독정부와 서독올림픽위원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손씨에 대한 독일정부의 우정의 표시로 반환해준다’며 돌려줬다. 손옹이 간직해오던 이 투구는 94년 국가에 기증됐고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장상훈 학예연구사는 “아직 우리 박물관에 외국유물전시관이 없어 그리스제인 이 투구는 상설 전시하지 않고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며 “부산아시안게임기간중 김해박물관에 전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