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요신문 손옹 별세 애도

  • 입력 2002년 11월 15일 19시 23분


손기정(孫基禎)옹의 별세 소식에 대해 일본의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 등 주요 신문은 한결같이 “그는 한국의 영웅일 뿐 아니라 일본의 마라톤에도 큰 영향을 끼쳤던 진정한 체육인이었다”며 아쉬워했다.

특히 이들 신문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당시 동아일보가 식민지배하에 있던 민족적 울분을 참을 수 없어 월계관을 쓰고 시상대에 오른 손 선수의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워버리고 보도했다가 조선총독부로부터 가혹한 탄압을 받았던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사건’을 빼놓지 않고 소개했다.

아사히신문은 그의 올림픽 마라톤 우승은 그를 ‘민족의 영웅’으로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굴욕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면서 한국민으로서는 가슴 아픈 당시의 역사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일본의 체육계 인사들은 그가 “마라톤은 무엇보다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데 요즘 환경이 너무 좋다보니 큰 일”이라며 일본의 마라톤 부진을 걱정해주던 일을 전하며 국적을 넘어선 그의 스포츠맨십을 치하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생전의 손 옹이 “올림픽 때 나는 일본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을 위해 달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던 일도 소개하면서 동아일보의 일장기 말소사건을 빼놓고는 손 선수의 우승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사건 전말을 상세하게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8서울올림픽 때 77세였던 그가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 베를린올림픽에서 ‘국적 없는 선수’로 뛰었던 한을 풀었던 일을 소개했다.

또한 당시 그는 최종 주자의 영예를 16세의 중장거리선수 임춘애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했던 위인이었다고 칭송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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