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감독은 손주까지 있는 환갑의 노장답게 선수들을 잘 다룬다. 국내 선수들 뿐만아니라 외국 선수들도 차 감독 앞에서는 ‘범생이’로 변한다.
성남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자리잡은 샤샤가 그 예. 대우, 부산, 수원 등을 전전하며 실력은 정상급이지만 말썽을 잘 일으켜 퇴출당하곤 했던 유고 출신 샤사. 툭하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터뜨리고 동료 선수가 패스하지 않으면 짜증을 내 팀 조직력을 망치기 일쑤였던 그도 차 감독 때문에 모범 선수가 됐다.
차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며 샤샤를 변모시켰다. 같이 식사를 하며 칭찬을 하기도 하고 “말 안들으면 혼내겠다”고 겁도 주어 그를 휘어잡았다. 항상 찌푸린 얼굴로 경기에 나서곤 하던 샤샤는 이후 활짝 웃는 얼굴로 변했고 성남 2연패의 대들보 역할을 해냈다.
차 감독은 그라운드에선 냉정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게으름을 피우거나 잘못하는 선수에겐 즉각 불호령이 떨어진다.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선수는 가차없이 2군으로 내려보낸다. 선수 기용도 이름보다는 실력에 따른 철저한 ‘적자생존.’ 그러나 경기장을 벗어나면 인자한 할아버지로 선수들을 다독거린다. 같이 당구도 치고 걸쭉한 입담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풀어주기도 한다.
1967년 모교인 경희대 감독을 맡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차 감독은 경희대에서 9번, 중소기업은행에서 5번, 인천대에서 1번 우승했다. 95년 프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는 99년 대통령배전국대회와 FA컵, 지난해에 이어 정규리그에서 연속 우승을 이룩하며 우승제조기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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