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 야구단은 서울에만 600여개나 된다. 경기일은 일요일. 하루에 두 경기 벌이는 더블 헤더는 기본이고 하루에 네 경기를 치르는 ‘쿼드러플 헤더’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해도 올 시즌은 12월 말이나 돼야 끝날 전망.
새벽부터 눈발이 내리던 지난 17일. 손씨는 새벽 6시 신일고 운동장에 나가 7시20분부터 ‘신일베스트리그’에 참가한 뒤 곧바로 장소를 잠신중으로 옮겨 오후 1시에 ‘토마토리그’의 위너스팀과 경기를 갖고 오후 3시엔 ‘오렌지리그’ 나이너스팀과 경기를 가졌다. 팀원들과 함께 소주 한잔 기울이고 집에 들어온 시간은 오후 9시.
손씨가 야구에 빠진 것은 초등학교 때 라디오 고교야구중계를 들으면서부터.하지만 전문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는 야구만을 즐겼다. 동국대 재학시절 하도 동대문야구장에 들락거리다 보니 운동장 직원이 그를 야구관계자인 줄 알고 무료 입장시켰을 정도.
그가 직접 야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때는 무역회사를 다니던 94년부터. 나오는 뱃살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기왕 좋아하는 운동이니 야구를 해보자고 사회인 야구단에 무작정 들어간 것.
역시 보는 것과 하는 것은 달랐다. 헛방망이를 수없이 돌리다가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 모교인 동국대 야구부를 찾아갔다. 한대화 감독도 그의 야구에 대한 정열을 인정해 전지훈련까지 동행시켰다.
“올해 설날에도 현역 선수들하고 똑같이 훈련을 했어요, 어머니와 집사람 한테는 미안하지만 야구 배트와 글러브만 보면 즐거운 걸 어떻합니까?”
손씨의 꿈은 딱 한가지. 자신이 야구장을 만드는 것이다. 일요일마다 중고교 운동장을 전전하는 사회인 야구에 전용구장을 마련해 마음껏 운동하도록 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꿈이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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