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드림스의 팀닥터와 춘천보건소에서 파견된 간호사가 인공호흡과 심장마사지를 하자 최승호는 잠시 숨을 헐떡거렸지만 동공은 이미 풀려 있었다.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구급차는 오지 않았다. 최승호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 “도대체 뭐하는 거야.” 비명과 같은 고함소리가 경기장 안에 가득했다.
그토록 애타게 찾던 구급차가 경기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차 안에는 산소호흡기조차 없었고 실내등도 꺼져 있었다.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7분거리) 춘천 강남병원에 갔을 때 병원측에선 “30분전에 숨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날 밤 빈소가 차려진 상계 백병원에 모인 아이스하키인들은 “구급차가 너무 늦게 왔다. 사고가 나고 5분만에 왔어야 했는데 20여분이나 걸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춘천소방서측은 “17시41분에 신고를 받고 17시51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기록으로 다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경기장에서 의료진 부족과 응급조치 미숙으로 선수가 생명을 잃은 사례는 또 있다.
올 4월 강원도 속초시에서 열린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숭실대 김도연이 경기중 쓰러져 사망했을 때도 구급차 지연도착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었다.
최승호가 숨진 날 마침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신청을 한 강원도의 경기장 시설과 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필립 라카리에 기술자문위원이 원주에 머물고 있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뉴스를 들은 그가 강원도와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어떤 보고를 올릴지 걱정스럽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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