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텐더 선수들은 가슴에 ‘2010세계 박람회’ 라는 문구가 달고 뛴다. 전형수를 모비스 오토몬스에 넘겨주며 받은 돈도 이제 바닥이 났다. 하지만 박람회가 여수시로 유치되면 유치위원회로부터 한두달 살아갈 지원금을 받게 된다. 3차 투표까지 간다면 내일 새벽에야 유치 여부가 결정이 난다니 선수들은 이래저래 잠을 설칠 수밖에 없게 됐다.
17경기를 끝낸 지금 코리아텐더는 단독선두와 공동선두를 번갈아하고 있다. 이제는 확실한 팬 층도 생겼고 웬만해선 다른 팀이 그들을 막을 수 없는 이유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그들은 많이 뛴다. 그것은 수비때는 협력 수비를 통한 숫적 우세로 나타나고 공격시에는 확실한 슛기회를 더 가질 수 있다. 그들은 2,3초면 하프라인을 넘는다. 따라서 공격제한시간 24초 동안에 첫번째 공격이 여의치 않아도 재차 공격할 시간이 주어진다.
두 번째로 그들은 잃을 게 없다. 시즌 초 그들은 누구에게나 꼴찌로 찍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승패나 순위에 대한 부담이 있을 리 없다. 오직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겐 두터운 신뢰가 있다. ‘있는 집 자식보다 없는 집 자식들이 우애는 더 있다’고 했던가. 누가 잘하고 잘못한 게 없다. 어제 모든 신문의 스포츠란에는 ‘정락영’이란 이름 석자가빠짐없이 올랐다. SK 나이츠와의 경기에서 나온 초유의 자살골 소동 때문이다. 하지만 숙소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제일 떠들고 웃은 선수는 바로 정락영이었다. 이미 동료들이 면죄부를 준 것이다.
코리아텐더의 여수 숙소는 봉계동 대광아파트다. 큰 길에서 아파트까지는 가파르고 좁은 길이라 버스가 올라가지 못한다. 때문에 선수들은 겨울 산바람을 맞으며 짐을 들고 숙소로 향한다. 올해는 그들에게 겨울 파카도 지급되지 못했다. 신발도 개인이 사 신는다.
어느 나라 프로구단이 이토록 가난하겠는가.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만큼 프로 근성이 강한 팀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지금도 다짐한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한선교/방송인·hansunky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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