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동네 볼링장 기술자 쟁쟁한 프로들 꺾고 우승

  • 입력 2002년 12월 5일 17시 54분


호리호리한 몸매, 어이없는 오픈 스플릿을 냈다가도 파죽의 스트라이크 행진을 하는 당돌함. 순수 아마추어 볼러로 한일 국제대회의 정상에 선 파란의 주인공 최종인씨가 역동적인 릴리스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국제신문
호리호리한 몸매, 어이없는 오픈 스플릿을 냈다가도 파죽의 스트라이크 행진을 하는 당돌함. 순수 아마추어 볼러로 한일 국제대회의 정상에 선 파란의 주인공 최종인씨가 역동적인 릴리스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국제신문
영화나 드라마도 이 정도면 너무 심하게 꾸며낸 얘기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말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주말 볼러’가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단체전 은메달에 빛나는 국가대표는 물론 한국과 일본의 프로 톱랭커와 쟁쟁한 실업선수들을 모두 꺾고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인 제4회 삼호코리안컵 한일국제볼링대회에서 우승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종인씨(24). 그는 5일 부산 남산볼링장에서 열린 마스터스경기 1, 2위결정전에서 프로볼러 최영진(루키통상)을 203-182로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안산의 에이스볼링센터 프로숍에서 볼링공 기술사로 근무하는 그는 순수한 아마추어 동호인. 1m69 57㎏의 왜소한 체격인 그는 학창시절에 운동을 했던 경험도 전무하다.

최씨가 볼링과 인연을 맺은 것은 5년 전 경북 안동공고를 졸업하고 볼링장 직원으로 채용되면서부터. 처음엔 손님들이 뜸한 야간을 이용해 취미 삼아 한번씩 쳐본 것이 전부.

이렇게 쌓은 실력으로 지난해부터는 동네에서 ‘강자’ 소리를 들었다. 이에 청운의 꿈을 안고 제7기 프로테스트에 도전했지만 1차테스트에서 보기 좋게 미역국을 먹었다. 올해 8기 테스트 때는 손목을 다쳐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그동안의 입상 경력은 국민생활체육배에서 2위를 한 게 유일하다.

하지만 최씨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삼호코리안컵대회가 올해부터 아마추어에게도 문호개방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경기 용인시 수지읍 대성볼링장에서 열린 예선에 참가해 당당 2위로 출전 티켓을 따냈다.

이때부터 그의 꿈같은 드라마가 시작됐다. 2일 열린 대회 첫날 예선을 가뿐하게 통과한 데 이어 16강 라운드로빈을 거쳐 5강 마스터스에 4위로 올라오는 이변을 연출한 것.

이어 5일의 마스터스 경기에선 4, 5위전부터 시작해 최종 1, 2위 결정전까지 내리 4판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프로 송인석(삼협교역), 실업강자 김광욱(광양시청), 프로 최강 김영필(한독건설)이 그의 돌풍에 힘없이 무너졌고 본선 1위로 올라온 프로 최영진마저 21점의 큰 스코어차로 무릎꿇었다. 자신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2000만원의 우승상금을 거머쥔 최종인씨는 “져도 부끄러울 게 없다는 생각으로 경기했다”며 “릴리스 때 너무 빨리 일어나는 것과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을 해 내년 프로 테스트에 도전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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