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빅트리’로 돌아온 ‘초이’

  • 입력 2002년 12월 6일 18시 05분


최희섭 귀국.[굿데이제공]
최희섭 귀국.[굿데이제공]
“떠날 때는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돌아올 때는 가볍네요.”

한국인 첫 메이저리그 타자 ‘빅 트리’ 최희섭(23·시카고 컵스)이 6일 금의환향했다. 99년 4월 빅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떠난 지 3년8개월여…. 미국으로 떠나면서 “성공한 뒤 한국 땅을 밟겠다”고 다짐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인천공항 입국장 앞에서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은 그는 “떠날 때는 아무도 나를 눈여겨보지 않았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와주신 걸 보니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첫 귀국 소감을 밝혔다.

1m95, 110㎏의 거구인 최희섭은 99년 고려대 2학년을 중퇴, 시카고 컵스와 120만달러에 계약한 뒤 3년여간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올해 9월 한국인 타자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입문한 유망주.

그는 9월 한 달간 메이저리그 24경기에서 타율 0.180(50타수 9안타) 2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9월9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터뜨린 132m짜리 대형 솔로아치는 그동안의 설움을 날려보내기에 충분했다. 이 홈런은 그의 메이저리그 첫 안타. 그는 이어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모인 애리조나 가을리그 28경기에서 타율 0.367(79타수 29안타)에 8홈런 17타점 장타율 0.759로 ‘이 주일의 선수’에 뽑히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최희섭에 대한 최대의 관심사는 내년 시즌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하느냐의 여부. LA다저스 시절 ‘박찬호 도우미’로 잘 알려진 1루수 에릭 캐로스(35)가 5일 시카고 컵스에 트레이드돼 왔지만 시카고 현지 언론은 내년 시즌 주전 1루수 자리는 최희섭의 몫이라고 점치고 있다. 최희섭은 “이번에 귀국이 늦어진 것도 짐 토미 등 1루수 경쟁자들의 영입설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캐로스는 나이로 보나 올해 기록으로 보나 ‘지는 선수’이기 때문에 자신있다”고 밝혔다.

‘눈물 젖은 빵’을 씹어야 했던 마이너리그의 터널을 빠져나온 최희섭은 지금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를 꿈꾸고 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공격과 수비, 주루 뭐 하나 부족함이 없이 완벽한 선수가 되겠습니다.”애리조나 가을리그 이후 20여일을 쉰 최희섭은 장거리 여행으로 피곤해 하면서도 ‘연습벌레’답게 “벌써 몸이 근질거린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 광주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이달 중순부터 대한야구협회의 남해 훈련장에서 개인 훈련에 들어갈 예정.

너무 오랜만에 꿈에도 그리던 장남의 얼굴을 본 어머니 양명순씨(49)는 “희섭이가 못 보는 사이에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흐뭇해하면서 “얼른 집에 가서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해주고 싶다”며 아들의 손을 잡아끌었다.

인천공항〓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최희섭 귀국 인터뷰▼

"내년 목표는 신인왕입니다. 누가 팀에 1루수로 영입되더라도 자신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상 첫 한국인 타자라는 이정표를 세운 최희섭은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하면서 반드시 내년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차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최희섭은 한국의 겨울 날씨를 생각하지 않은 듯 점퍼를 입지 않고 상하의 모두 검정색 계통의 간편한 차림으로 입국장에 들어섰다.

또 출국할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언론의 플래시 세례와 국민들의 환영에 웃음과 함께 긴장한 모습을 나타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다음은 최희섭과의 일문일답.

-- 3년 8개월만에 귀국하게 됐는데.

▲막상 한국에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잠이 잘 안 왔다. 부모님을 비롯해 친지들도 무척 보고 싶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경험도 해보고 나쁜 경험도 해봤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보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막상 와보니 출국 전보다 많은 사람이 알아보는 등 반응이 360도 달라졌음을 느꼈다.

--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 들어선 느낌을 회상한다면.

▲자신감도 있었고 긴장도 많이 했다. 아쉽게 삼진을 당하긴 했지만 나한테는가장 기다렸던 순간이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 시카고 컵스가 에릭 캐로스를 영입하기로 확정했는데.

▲어떤 선수가 와도 주전 경쟁에서는 자신이 있다. 우선 스프링캠프에서 감독의눈에 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경쟁자라고 생각은 안 하고 있고 오히려 배울 것이 많은 선배라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는 실력이 있으면 당연히 주전자리를 얻는 그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만약 밀려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분발할 것이다.

-- 앞으로 일정은.

▲가족, 친지들을 가장 만나고 싶고 기회가 되면 불우이웃돕기 등 좋은 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고 1월말 쯤 미국으로 되돌아갈 예정이다.

-- 국내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미국에서도 국내팬들이 많이 응원해준 것을 알고 있었고 고맙게 생각했다. 한국인 타자로서는 최초의 메이저리그 진출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한테도 좋은 일이라고 자부한다. 한국에 나보다 훌륭한 타자가 많이 있기 때문에 많이 메이저리그에진출했으면 좋겠다.

-- 내년 시즌 목표는.

▲1루수 주전 자리를 맡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 꿈은 메이저리그 신인왕이 되는것이다. 자신있다.

-- 현재 컨디션은.

▲올시즌 폴리그를 포함해 200게임 정도 뛰었기 때문에 전에는 컨디션이 많이안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애리조나에서 한달 정도 쉬었기 때문에 괜찮다.

-- 선수로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물론 모든 야구 선수들의 꿈이겠지만 나는 체격도 크고 스피드도 있는 선수가되고 싶다. 타격 뿐 아니라 수비와 주루 플레이에도 능한 선수가 되고 싶다.

-- 한국에서의 훈련은.

▲날씨가 춥기 때문에 체력 보강 위주로 연습을 할 생각이다. 당장이라도 연습을 시작하고 싶지만 시차 적응 때문에 우선 광주집에서 휴식을 취한 뒤 경남 남해에있는 대한야구캠프에서 개인훈련을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