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프랑스 축구유학 주선 ‘축구광’ 김정하씨

  • 입력 2002년 12월 8일 17시 39분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40이면 아직 어린애죠.”

공자는 일생을 회고하며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논어 위정편)’이란 말을 했다. 인생 마흔이면 유혹에 끌리지 않고 자기 길을 갈 수 있는 나이란 뜻이다. 그런데 마흔 무렵 잘 나가던 직장을 과감히 버리고 이역만리 프랑스에서 전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인생의 반항아’가 있다.

프랑스 북부 도시 메스에서 ‘프랑스 축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세계 최고의 에이전트를 꿈꾸는 김정하씨(40). 그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세계 5대 헤드헌터 회사 중 하나인 ‘엠롭 인터내셔널’에서 연봉 1억원 이상 받던 헤드헌터였다. 남부러울 게 없던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은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두 아들 진(13)과 석(11)이었다.

“어릴 적 꿈이 축구선수였죠. 그런데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 때문에 이루지 못했어요.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두 아들 때문에 그 꿈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는 경기 고양시 무원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하던 진과 석이 축구에 자질을 보이자 세계 최고의 유소년축구 교육시스템을 갖춘 프랑스로 건너가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의 미래도 감안했지만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다시 펼쳐보겠다는 욕구도 강했다. 축구를 잠시 잊고 있었지만 축구는 그에게 ‘영원한 애인’이었다.

“지난해 2월 사표를 제출했죠. 꿈을 되찾았는데 무서울 게 뭐 있겠습니까. 곧장 실행에 옮겼어요.”

그해 3월 프랑스를 방문해 중세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조용한 도시이자 프랑스 최고의 유소년 축구팀이 있는 메스에 새 둥지를 정했다. 그리고 3개월 뒤 그의 가족 4명은 ‘꿈★’을 찾아 훨훨 프랑스로 날아왔다. 남편의 뜻을 존중해준 부인 김혜련씨(39)의 결정도 그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프랑스에 오니 축구 천국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유망주들에게 프랑스 축구를 경험해보게 하고 싶었어요.”

둘째아들 석은 명문 FC메스 유소년팀에, 첫째 진은 사설 축구학원에 보낸 그는 꿈에 그리던 ‘축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차리게 된 것이 ‘프랑스 축구 아카데미.’ 한국에서 프랑스 축구를 경험할 유망주들을 모집해 연수를 시키고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들은 현지 FC메스와 교섭해 훈련을 받도록 주선해주는 일이다. 현재 국가대표팀 출신 코치와 함께 청소년 국가대표팀 5명을 ‘관리’해주고 있다.

필요는 학습의 가장 좋은 길잡이라던가. 지난해부터 배운 프랑스어지만 이미 현지인들과 업무에 필요한 대화를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김씨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9월 국제축구연맹(FIFA) 등록선수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에이전트 자격증까지 땄다. 인재를 뽑아 적소에 배치해주던 헤드헌터 역할과 좋은 선수들을 구단에 연결해주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일은 그 성격이 아주 비슷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브라질의 호나우두나 프랑스의 지단과 같은 대스타들을 관리해주는 에이전트가 되고 싶어요.”

모든 일에서 최고를 자부해왔던 김씨. 축구에서도 ‘일가’를 이뤄야 직성이 풀릴 그다. ‘불혹’에 되찾은 김씨의 ‘부푼 꿈’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메스(프랑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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