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위싱턴 위저즈)과 함께 90년대 코트를 풍미했던 찰스 바클리가 지난달 24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나귀 엉덩이에 입을 맞췄다. 바클리는 올 시즌 개막하기 전에 ‘야오밍이 한 경기에 19점 이상을 올릴 경우 당나귀 엉덩이에 입을 맞추겠다’고 약속했고 야오밍이 18일 LA 레이커스전(20점)에 이어 22일 댈러스 매버릭스전에서 무려 30점을 터뜨리자 이날 약속을 지킬 수 밖에 없었던 것.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야오밍(22·중국·2m26)이 빠르게 미국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야오밍은 11일 열린 새크라멘토 킹스전에서 17점 15리바운드(4블록슛)로 4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팀의 103-96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이래 19경기에서 평균 11.1점과 6.5리바운드.
야오밍을 앞세운 휴스턴은 이날 승리로 99년 3월29일 이후 이어지던 새크라멘토전 9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야오밍은 이날 4쿼터 중반 89-84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훅슛과 점프슛으로 점수차를 93-84로 벌린 뒤 이어 자유투 2개마져 성공시키며 추격에 쐐기를 박는 ‘클러치 슈터’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야오밍이 이처럼 시즌 초반의 부진을 털고 팀의 대들보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자 “가능성은 높지만 NBA 적응에 최소 3시즌은 걸릴 것”이라던 부정적인 전망이 씻은듯이 자취를 감췄다. 또 아킴 올라주원을 앞세워 93∼94,94∼95시즌 연속 정상에 올랐던 휴스턴도 팀 명칭(로키츠)에 걸맞는 새로운 추진력으로 야오밍을 꼽기 시작했다.
야오밍은 데뷔전인 10월 31일 인디애나 페이서스전에서 11분 동안 무득점에 그치는 등 초반 6경기에서 평균 12.3분을 뛰며 3.3점 3.3리바운드에 그쳤다. 그러나 이는 몸을 풀기 위한 오픈 경기에 불과했다.
점차 자신감을 회복하며 골밑에서 과감한 몸싸움을 마다 하지 않았고 정확한 중거리슛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무력화시켜 나갔다. 가장 큰 변화는 ‘10점(11월16일 피닉스전)-20점(11월18일 LA레이커스전)-30점(11월22일 댈러스전)’으로 수직 상승한 득점.
농구를 하기전 수구선수로 활약한 덕분에 큰 키에 비해 유연한 몸을 가진 야오밍은 수비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4일 샌안토니오 스퍼스전에서 18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팀 덩컨의 덩크슛을 블록슛으로 쳐낸 것은 압권.
미국언론이 조던을 ‘구 마법사’(old wizard)로, 야오밍을 ‘신 마법사’(new wizard)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의 변화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