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27일만에 경기는 재개 했지만…

비가 주룩주룩 내린 춘천 의암빙상장엔 등번호 67번이 새겨진 광운대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 지난달 경기도중 퍽에 맞아 절명한 최승호군(21)이 입었던 유니폼이다.

이 사고로 중단됐다가 27일만에 재개된 코리아 아이스하키리그 경기장소가 바로 비극의 현장인 의암빙상장이라는 점도 더욱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장소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대회 공식스폰서가 강원도였기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는 것이 대회 관계자들의 말.

첫 경기에 나선 한라 위니아와 한양대 선수들은 최군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왼쪽 어깨에 검은색 완장을 착용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해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 안전조치들도 강화됐다. 경기장엔 강원소방서에서 나온 두명의 안전요원과 구급차가 배치됐고 한림대 정형외과 의사가 대기했다.

일선지도자들도 선수들에게 부상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전엔 감독들이 몸을 날려서라도 퍽을 막으라고 했지만 사고가 난 뒤엔 그런 말도 못하게 됐다. 한라 변선욱감독은 “선수들에게 살살 하라고 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격렬한 아이스하키의 특성상 부상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이날 첫 경기에서 한라의 김강현은 경기시작 50초만에 몸싸움을 하다 퍽에 맞아 이마가 3㎝가량 찢어져 인근병원으로 실려갔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링크에 점점이 떨어진 붉은 피를 본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들은 “올해는 왜 이렇게 마가 끼는 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지었다.

춘천〓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