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대통령과 스포츠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8시 00분


스포츠에 무슨 정치색이 있겠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을 딴 ‘박스컵 축구대회’가 있었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서슬퍼른 5공때 탄생했다. 대구공고 시절 축구선수로도 뛰었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불같은 추진력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지역연고를 바탕으로 출범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프로야구는 이 바람에 우민화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기도 했다.

86년 서울아시아경기와 88년 서울올림픽대회의 유치도 5공이 이뤄낸 업적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국내 경제현실에 비춰 시기상조라는 우려를 했지만 어쨌든 두 대회는 고용 창출과 한국의 대외적 신인도를 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정권이 바뀐 뒤에도 ‘높은 분’들치고 한번쯤 경기장을 찾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최근에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유치하거나 시구를 하고 싶다는 지방자치 단체장의 청탁이 줄을 잇고 있을 정도다.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한일월드컵축구대회의 유치와 한국의 4강신화를 앞세워 한때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도를 보였던 것도 스포츠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반증이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는 스포츠 마니아들이 많다. 백악관 집무실에서도 퍼팅 연습을 했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국 프로골퍼 박지은과 한번 라운딩을 같이 하는 게 소원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이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젊은 대통령’을 표방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열렬한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부산상고 출신인 그는 바쁜 일정중에도 모교 야구팀의 경기가 서울에서 열리는 날에는 동대문구장을 찾았고 지난 월드컵때는 붉은 악마 유니폼을 입고 거리응원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해 동문인 김응룡 삼성감독과 강병철 전 SK감독, 김용철 롯데코치 등은 호형호제를 할 정도의 사이라고 한다.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정정당당해야 한다. 작금에 스포츠에도 만연해 있는 낙하산 인사와 지역주의, 파벌의식 같은 그늘은 더 이상 없게끔 해줬으면 하는 게 새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바램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