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남자배구팀 막내둥이 세터 권영민(22)의 각오가 당차다. 처음 밟아보는 실업무대, 그러나 그는 현대캐피탈의 새 팀칼러인 ‘빠른 변칙공격’의 핵이다.
2003삼성화재 애니카 한국배구슈퍼리그 개막전을 사흘 앞둔 25일 서울 원효로 현대캐피탈 체육관. 공을 따라 한 선수가 몸을 날렸다. 공중으로 치솟은 그는 어렵사리 공을 살려냈다. “나이스∼.” 동료들의 함성이 터졌다. 권영민을 격려하는 선배들의 함성이었다.
권영민은 내년 대학졸업예정 신인선수 가운데 최대어. 올해 각 대회 우승 준우승팀이 모두 참가해 왕중왕을 가리는 11월 대학최강전에서 그는 인하대를 정상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자로 잰 듯한 토스 뿐아니라 1m90의 큰 키로 블로킹과 공격가담률까지 뛰어난 그는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랭킹1위로 꼽히며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스카우트 표적이 됐다.
그는 입단하자마자 주전세터의 중임을 맡았다. 현대캐피탈의 주포인 후인정 송인석 등은 부상으로 올 시즌 활약 여부가 미지수. 그런데도 송만덕 감독은 올 대회를 슈퍼리그를 6연패한 삼성화재의 아성을 깰 기회로 삼고 있다. 삼성화재에 비해 키가 작지만 빠르고 변칙적인 공격으로 허를 찌르겠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세터를 중심으로 한 조직력이 필수. 송감독은 권영민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권영민이 대학시절 ‘빠른 토스의 달인’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권영민의 첫 시험무대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개막전이다. 남자배구 3강가운데 LG화재가 이경수 파동으로 출전을 포기, 이 한판에 사실상 올시즌 슈퍼리그의 판도가 달려있다.
문제는 권영민의 연습량이 부족하다는 점. 팀훈련에 합류한 지 아직 9일 밖에 되지않아 완벽한 조직력을 갖추기는 무리라는 지적. 또 신인으로서의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저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기를 치르면서 호흡을 맞추다 보면 점점 나아질 겁니다. 우리팀의 특기인 변칙공격의 맛을 보여주겠습니다.”
권영민이 과연 삼성화재 6년아성 격파의 주역이 될 것인가. 송감독은 “개막전에서 권영민이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경기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 내년 봄 결승전에서 정상등극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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