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주심 “나 안죽었어요.”
6월18일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월드컵 8강에 진출한 지 며칠 후.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한국-이탈리아전 주심이었던 모레노씨가 피습당해 사망했다고 에콰도르 TV가 보도했다’는 번역 기사와 함께 그가 승용차 안에서 총을 맞고 쓰러져 있는 합성 사진이 나돌았다. 모레노씨가 에콰도르에서 “나는 살아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풍문은 일단락됐지만 과연 누가 이런 헛소문을 유포했는지 추측이 난무했다.
▽“뭬야, 한국이 결승에 진출했다고?”
6월27일 오후 한반도 전체가 술렁거렸다. 내용인즉 한국은 이틀 전 열린 독일과의 월드컵 4강전에서 0-1로 졌지만 독일 선수의 약물복용 사실이 적발돼 승리가 몰수됐고 한국이 결승에 올랐다는 것. 모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진행자가 생방송 도중 휴대폰에 입력된 소문을 속보라고 전하면서 시작된 이 해프닝은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워낙에 사안이 민감했던 만큼 국제축구연맹(FIFA)이 직접 나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무근’임을 발표한 뒤에야 겨우 진정됐다.
▽싸움 말리다 앞니 부러진 마해영
8월24일 프로야구 대구경기. 삼성 외국인선수 틸슨 브리또는 한화 투수 조규수의 공에 맞은 뒤 잠깐 서있는 듯 하다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조규수가 고의가 아니었다며 손을 들고 내저었는데 브리또는 그것을 ‘덤빌테면 덤벼보라’는 사인으로 오해한 것. 결국 사태는 양쪽 선수단의 난투극으로 번지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싸움을 말리러 나갔던 삼성 마해영이 앞니가 통째로 부러지는 봉변을 당했으니….
▽경기보다 더 관심끈 복싱인들 장외싸움
부산아시아경기 복싱대회에서 선수보다 더 주목을 받은 건 복싱인들의 장외 싸움. 대회운영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던 부산복싱연맹과 대한복싱연맹관계자들은 10월13일 결승전이 벌어진 마산 실내체육관앞에서 마침내 붙고 말았다. 서로 멱살을 잡고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시작하니 국내외 취재진이 결승전은 제쳐놓고 우르르 몰려들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릴 수 밖에…. 대한복싱연맹 김성은 회장은 반대파의 육탄 저지에 귀빈석은커녕 통역관 자리에서 경기를 봐야 했다.
▽대회 한번 안 나갔다고 2년 출전정지
국내 여자프로골프의 간판스타 강수연(아스트라)은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로부터 2년간 출전정지의 징계를 맞았다. 한솔레이디스여자오픈 프로암대회에 불참한 것이 그 이유. 그러자 강수연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대회의 타이틀스폰서가 바로 KLPGA 회장사였던 것. 중징계에 대한 논란이 일자 KLPGA는 강수연이 공식 사과의사를 밝혔다며 출전정지기간을 6개월로 줄였다. 그러나 내년 미국투어에 진출하는 강수연에게는 하나마나한 징계. 결국 KLPGA는 체면만 구긴 셈.
▽파리보다 못한 감독 목숨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우수한 성적은 자리 보전의 보증수표. 하지만 올해는 이런 불문율마저 깨졌다. 여자프로농구 현대의 박종천 감독은 여름리그에서 팀을 16년만에 첫 정상으로 이끌었지만 9월 사표를 냈다. 구단의 열악한 선수단 지원으로 마음고생을 하다 내린 결정. 프로야구 LG의 김성근 감독 역시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끌어올리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중도해임의 칼날을 맞았다. 코칭스태프 인선을 둘러싼 구단 고위층과의 마찰로 11월말 퇴출의 아픔을 겪었다.
▽동네 볼러 최종인의 돌풍
주말 골퍼가 타이거 우즈를 꺾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런 일이 볼링에서 일어났다. 동네 볼러에 불과한 최종인씨(24)가 실업선수와 국가대표는 물론 한국과 일본의 프로 톱랭커마저 모두 꺾고 12월 제4회 삼호코리안컵 한일국제볼링대회에서 우승한 것. 볼링센터에서 볼링공에 구멍을 뚫는 기술사로 근무하는 그는 순수한 아마추어 동호인. 1m69에 57㎏의 작은 체격인 그는 학창시절에 운동을 했던 경험조차 전무했다고.
▽진필중 이적료 3000만원 망신
올초 미국프로야구의 공개 입찰제도인 포스팅시스템에 나섰다가 입찰 구단이 나타나지 않아 충격을 받았던 두산 투수 진필중. 올 시즌이 끝난 뒤 재도전했지만 이번엔 입찰액 2만5000달러라는 망신을 당했다. 2만5000달러는 4년차 이상의 빅리그 선수가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아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이적했을 때 원 소속구단이 받게 되는 이적료와 똑같은 금액. 처음엔 메이저리그 구단이 장난을 쳤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착각을 했던 모양인가.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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