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마’ 현주엽(27·상무)은 요즘처럼 새해가 기다려진 적이 없다.
불운은 이제 그만, 새로운 출발만 남았다. 부상 완쾌와 군 제대, 그리고 프로무대에서 화려한 복귀…. 하루 빨리 코트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 뿐이다.
“도약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현주엽은 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왼쪽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다. 올 들어 두 번째. 부산아시아경기에서 20년 만에 남자농구 우승 주역이 된 뒤 다시 10월 전국체전에서 무리하게 뛰었다가 부상이 도졌기 때문. 이번 수술로 현주엽은 상무 소속으로 뛰는 마지막 무대인 2003농구대잔치(1월4일 개막)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시작과 끝이 한결같아야 하는데 송구스럽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지난해 6월 군 입대 후 현주엽은 올 전국체전을 제외하고 자신이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챙기며 23연승을 내달렸다. 올 1월에는 농구대잔치 정상에 올랐다. 이제 상무의 농구대잔치 2연패로 군 생활의 대미를 장식하려 했는데 그 꿈이 깨져 아쉽다.
현주엽은 30일 입원 중이던 경기 성남시 분당 국군수도병원을 나와 상무로 돌아갔다. 비록 뛸 수는 없어도 동료 후배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어 퇴원 일정을 앞당긴 것.
내년 8월 제대하는 육군 상병 현주엽은 그때까지 주위의 배려로 재활에만 전념할 계획.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몸을 추스를 수 있어 전화위복이 되리라는 게 현주엽의 생각이다.
제대 말년인 요즘 현주엽은 전에는 애써 외면했던 프로농구 경기를 자주 본다. 미리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서다. 소속팀 코리아텐더가 올 시즌 선전하는 모습에 그는 기분이 들떠 있다.
“용병 2명이 모두 마음에 듭니다. 제가 가세하고 가드만 보강된다면 정상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빨리 팀이 안정적인 기업에 인수됐으면 합니다.”
다시 뛰는 현주엽은 분명 아픈 만큼 성숙해 있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