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싸구려 스키캠프’…“발만 동동거리다 왔어요”

  • 입력 2003년 1월 8일 19시 48분


새해 첫 주말인 4일 오전 강원 홍천군 D스키장.

‘초급자’ 코스의 리프트 앞에는 줄이 100m 이상 늘어서 있다. 길게 늘어선 줄 옆으로 19명의 초등학생들이 이를 부딪치며 떨고 서 있었다. 같은 조에 속한 학생 한 명이 사라져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것. 강사는 “학생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곤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20분 뒤 나타난 문제의 학생은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 조는 이날 오전 스키장에 2시간가량 나와 있었지만 스키를 한 번밖에 타지 못했다.

이유빈양(서울 화곡초교 4년)은 “스키는 제대로 못 타고 코감기에, 목감기까지 걸렸다”며 “괜히 왔다. 다음에는 절대로 안 온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스키캠프 주최측의 얄팍한 ‘상술’이 설원의 질주를 기대한 학생들의 꿈을 깨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성수기의 경우 하루 스키캠프 참가자 수는 전국 8000여명. 스키장이 직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벤트사나 관광업체들이 숙소를 빌려 운영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문제는 스키캠프의 강사가 태부족이라는 점. 강사 한 명당 수강생 10명 정도가 적당하지만 대부분의 스키 캠프는 강사 1명에 20명 정도를 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강사들은 기술지도보다는 인원통제에 신경을 쓰고 있어 ‘집합’에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다.

강습생을 위한 별도의 코스를 마련하지 않은 것도 문제. 강습생들은 스키어가 가장 많이 몰려드는 초보자코스를 함께 사용해야 하고 이 때문에 리프트를 탈 때마다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결국 강습생들은 오전과 오후 각각 한 번 정도밖에 스키를 타지 못하고 있다.

스키 캠프 참가자들은 2박3일에 15만원 안팎의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있지만 스키장 밖에서도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 스키장은 강습생의 숙소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김현아양(성남 돌마초교 4년)은 “엘리베이터를 못 타게 해 7층 숙소까지 걸어서 오르내리느라 다리가 아팠다”며 울상을 지었다. 스키 보관함도 일반 이용객만 사용할 수 있게 해 캠프 참가자들은 스키를 100m 이상 떨어진 숙소에 보관해야 한다.

하루 종일 추위와 불편함에 시달린 강습생들은 숙소로 돌아오면 또다시 ‘잠자리와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통상 4인용인 9평짜리 방에 12명이 자야 하고, 원룸형 19평 방에는 15명이 묵고 있다. 이불과 베개가 충분하지 않아 담요를 말아서 2∼3명이 베개로 함께 쓰거나, 요만 깔고 이불 없이 잠자는 경우도 있다.

스키 캠프를 주관하는 한 단체 관계자는 “스키 캠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벤트사나 관광업체들이 참가비를 덤핑하면서도 중간 마진은 여전히 많이 챙기기 때문에 강습생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스키캠프를 갈 때는 여러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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