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최대 돌풍의 주역 한국도로공사 김명수 감독(43ㆍ사진)은 10일 경기가 끝난 후 굳은 표정을 지었다. 두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던 도로공사를 맡아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며 파죽지세로 달려왔지만 현대건설에 완패를 당하고 연승행진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이날 목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3삼성화재 애니카 배구 슈퍼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현대건설은 도로공사를 3-0(25-21, 25-23, 25-10)으로 이겼다. LG정유, KT&G등을 연파했던 도로공사는 첫 패배를 당하며 3승1패를 기록했다. KT&G에 일격을 당했던 현대건설은 도로공사의 돌풍을 잠재우며 똑같이 3승1패를 마크했다. 이로써 여자부 경기는 2승1패를 기록한 KT&G와 함께 3강이 물고 물리는 혼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1세트 중반까지 도로공사의 패기에 밀려 17-16까지 이끌려 갔으나 고비 때마다 장소연이 빈곳을 노리며 높은 곳에서 후려치듯 터뜨린 속공강타에 힘입어 경기를 뒤집었다. 도로공사는 2세트에서 23-23까지 추격했으나 고비가 된 랠리에서 노련한 현대건설의 게임운영에 말리며 주저 앉았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수백여명이 김명수 전 목포여상 감독이 이끄는 도로공사를 응원했으나 패배로 아쉬움을 남겼다.
조선대부속중학교에서 배구를 시작한 김 감독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키(1m71) 때문에 고등학교시절부터는 선수생활을 하지 못했다. 초당대를 졸업한 뒤 전남 함평초등학교에서 코치를 시작한 이래 송원여중 송원여고 전남대사대부고 코치를 하다 94년 목포여상 창단감독이 됐다. 선수 6명을 간신히 모아 교체멤버도 없이 출전한 95년 전국무등기대회에서 3위를 하는 이변을 낳았고 96년 2관왕, 97년 3관왕을 하며 목포여상 전성기를 일구어냈다. 2001년 청소년대표 감독을 맡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했다. 이같은 결과로 지난해 3월 도로공사를 맡았다.
고향과도 같은 곳에서 패배한 뒤 한동안 말을 멈추었던 김 감독은 “경기는 다음에도 있다”며 “어차피 넘어야할 산인 현대건설을 꼭 격파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이날 도로공사 한송이가 경기 중간 틈틈이 나서 언니인 현대건설의 한유미와 한 코트에 경기를 펼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목포〓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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