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한국축구 ‘영리한 토끼’를 잡았다

  • 입력 2003년 1월 15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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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코엘요 감독이 14일 대한축구협회 가삼현 국제국장과 연봉과 계약기간 등에 합의함으로써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 취임이 확정됐다. 그는 다음달 3일 입국해 거스 히딩크 전 감독에 이어 앞으로 18개월동안 한국축구를 이끌게 된다. 코엘요 감독은 누구일까. 또 그의 축구철학은 무엇일까. 영국 축구칼럼니스트인 랍 휴스의 긴급 기고를 통해 코엘요 감독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포르투갈어 ‘코엘요(Coehlo)’는 영어로 풀이하면 ‘토끼(Rabbit)’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존경’, ‘인내’, ‘엄격함’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코엘요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이룩해 놓은 ‘위대한 유산’에 도전해야 한다. 그는 현재의 한국축구대표팀이 젊은 유망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세계 정상을 향해 달릴 만큼 대담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축구가 코엘요를 선택한 것은 옳았다고 본다. 그는 선수와 지도자로서 확실한 ‘명문 혈통’을 갖고 있으며 대단한 재능의 소유자다. 히딩크와 코엘요가 닮은 점은 모두 모국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린 뒤 한국축구대표팀을 맡았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98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3위에 올려놓은 뒤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코엘요는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포르투갈을 3위에 등극시켰다.

2002한일월드컵 이후 중국이 히딩크 감독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을 때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서 보여주었던 엄격한 지도방식을 존경한다.” 코엘요 감독은 엄격하기 보다는 선수들을 잘 설득해서 그의 신념과 자신감으로 끌어들이는 스타일이다.

▼‘포르투갈의 베켄바워’

코엘요 감독의 축구 인생을 살펴보면 그는 승리 외에 다른 것은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명문팀 벤피카의 주장을 맡아 14시즌 동안 무려 8번이나 우승했다. 또 포르투갈 대표팀의 주장으로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 64경기에 출전했다.

코엘요 감독은 선수 시절 ‘포르투갈의 베켄바워’로 불렸다. 독일의 ‘축구황제’ 베켄바워는 수비진에 있다가도 어느새 중원이나 상대 문전까지 가 공격을 퍼부어 아직도 세계 최고의 ‘리베로(자유인)’로 불린다. 코엘요는 포르투갈대표팀의 ‘리베로’로 A매치 13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연승을 이끈 적도 있다. 그는 포르투갈 선수 가운데 최초로 외국팀(프랑스 파리 생 제르맹)에 진출했고 은퇴 후에는 해설가와 축구학교 등을 운영하며 행정가로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강한 승부근성 갖춰

포르투갈 축구는 90년대 세계청소년대회를 석권한 ‘황금 세대’가 탄생했으나 이들을 성인무대로 끌어올릴 지도자가 없었다. 이 때 등장한 게 바로 코엘요 감독이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처럼 짙은 콧수염을 기른 코엘요는 강한 승부근성을 갖춘 감독이다.

그의 축구전술은 공격과 수비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포르투갈축구대표팀을 보자. 코엘요 감독은 당시 상대팀 스트라이커를 맡은 두 수비수 호르헤 코스타와 페르난두 코투에게는 상대 선수를 걷어차도 묵인할 만큼 거칠고 현실적인 플레이를 당부했다. 반면 공격진에는 섬세한 플레이를 펼치는 루이스 피구, 후이 코스타, 파울루 소사 등을 배치해 잉글랜드와 독일을 꺾고 4강에 오르는 위업을 이룩했다.

‘코엘요 축구’는 압박축구다. 빠른 템포와 긴밀한 공수전환, 쉴 틈없는 패스가 기본이다. 낯익은 축구가 아닌가? 바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꺾고 월드컵 4강에 오른 한국축구와 유사하지 않은가?

코엘요는 이제 새로운 지도 능력을 보여주려고 한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팬의 열렬한 성원을 등에 업고 홈구장에서 꿈을 이뤘다. 코엘요 감독은 해외에서 홈팬의 응원없이 승리를 엮어내야만 한다. 그렇기에 코엘요는 히딩크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어쨌든 한국축구는 잘 뛰는 ‘토끼’를 잡았다. 이제 그 ‘토끼’가 어떻게 뛰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랍 휴스/축구칼럼리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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