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히딩크 ‘묘수’

‘붉은 물결’이 지구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02년 6월말.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사령탑에 내정된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한국 선수 3명을 데리고 가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였다. 벌써 ‘꾀돌이’ 이영표(26)와 박지성(22)등 2명이 아인트호벤 유니폼을 입었으니까.

히딩크 감독의 결단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네덜란드에선 유럽이외의 지역에서 선수를 영입할 경우 이적료나 연봉과 관련해 내야하는 세금이 곱절 가까이 늘어난다.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히딩크 감독은 왜 한국 선수를 여러 명 영입하려 할까.

무엇보다 자신이 “제2의 조국”이라 밝힌 한국의 ‘애제자’들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태극전사들의 실력이 유럽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믿음도 뒷받침됐을 것이다.

그래서 머리를 짜낸 방안이 한국의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카이콤을 통해 선수들의 ‘몸값’을 보상받는 것. 한국선수들이 진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아인트호벤의 TV 중계권을 팔고 기업들로부터 스폰서십을 받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아인트호벤은 앞으로 1년6개월동안 TV중계권료 150만달러와 스폰서십(300만달러) 등으로 최소한 4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게 됐다.

결국 박지성(총 450만달러)과 이영표(이적시 총 375만달러)에게 들어가는 돈의 절반 정도는 벌어들일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박지성과 이영표가 ‘월드스타’로 떠오르면 이익은 더욱 늘어난다.

히딩크 감독은 약속을 지키고, 구단은 돈을 벌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 ‘꿩 먹고 알 먹는 다’는 속담은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