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장가가는 ‘골리앗’…신부는 ‘다윗’?

  • 입력 2003년 1월 17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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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17의 '모래판의 골리앗' 김영현(오른쪽)이 1m73의 예비신부 노태연씨을 번쩍 들어올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2m17의 '모래판의 골리앗' 김영현(오른쪽)이 1m73의 예비신부 노태연씨을 번쩍 들어올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모래판의 골리앗’ 김영현(27·신창건설)이 ‘임자’를 만났다.

예비신부는 5년 동안 사귀어온 노태연씨(24). 다음달 9일 부산에서 백년가약을 맺는 김영현의 얼굴에선 요즘 웃음이 가실 날이 없다.

2m17의 ‘태산’ 같은 김영현은 사실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편. 그러나 노씨에게는 다르다.

“제가 울적할 때면 애교를 떨기도 하고요. 귀여운 구석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아무리 많은 군중에 섞여 있어도 금세 눈에 띄는 김영현. 그는 어떻게 사랑을 만들고 가꿔왔을까.

이 커플이 처음 만난 것은 98년. 당시 LG투자증권씨름단 소속이던 김영현이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노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것. 그후 틈만 나면 편의점을 드나들며 접근을 시도했다.

담배는 물론 술도 전혀 못하는 김영현은 우유와 과자 등을 엄청나게 사들였다. 그리고 며칠 후, 얼굴조차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던 김영현이 머리를 짜내 만든 프로포즈 첫마디는 “이거 얼마예요? 좀 비싸졌네요”였다고.

“키는 장대같이 큰 사람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싱거운 말을 하는데 저절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커피 한 잔 하자고 어찌나 조르던지….”

김영현이야 물론 거인이지만 노씨 또한 1m73으로 여자로서는 큰 키. 여기에 우연히 닮은 점이 많았다. 김영현은 경남 진주시가 고향이고 노씨는 마산시 출신. 또 김영현의 여동생과 노씨의 나이가 같고 노씨 오빠의 나이가 김영현과 같은 점도 그렇다.

그러나 성격은 딴판이다. 덩치만 컸지 성격은 부드러운 김영현에 비해 노씨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톡톡 튀는 신세대 여성. 김영현의 키가 워낙 큰 데다 ‘유명인사’이고 보니 데이트 도중 괜히 시비를 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김영현은 멈칫거리며 물러섰지만 노씨는 반드시 따지고 들어 상대의 사과를 받아냈다는 것. 그래서 김영현은 노씨를 ‘보디가드’라고 부른다. 다투었을 때 먼저 전화를 걸어 화해를 요청하는 쪽도 김영현이다.

김영현은 게임기를 가지고 놀거나 제트스키, 4륜 오토바이 타기가 취미. 반면 노씨는 타는 것에는 취미가 없는 데다 게임기라면 모두 압수해버린다. 김영현이 한 번 게임에 빠져들면 시간가는 줄 모르기 때문.

이 커플은 사귄 지 2년째 되던 해 단 둘이서 약혼식을 올렸다. 신방도 이미 꾸며놓았다. 김영현이 이달 초 신창건설로 이적함에 따라 씨름단 숙소가 있는 경기 과천시의 제2종합청사 근처에 전셋집을 구해놓은 것. 맞는 침대가 없는 것이 불편하지만 이불집에 초대형 이부자리를 특별히 주문해 놓았다. 교육학을 전공한 노씨는 결혼 후에도 직장을 찾아볼 계획. 노씨는 “합숙과 대회 출전 등으로 많은 시간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업주부보다는 뭔가 사회생활을 해볼 참”이라고 말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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