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6도의 매서운 추위에 눈까지 흩뿌린 22일 경기 파주시 국가대표축구팀트레이닝센터(NFC). 여자축구대표선수들의 함성이 뜨겁게 메아리친다.
“대표 파이팅!” “우리도 해낸다.”
이날은 캔버라에서 열리는 4개국 친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호주로 떠나는 날. 그러나 선수들은 출국을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땀을 쏟았다. ‘죽음의 훈련’으로 불릴 만큼 공포의 대상인 인터벌트레이닝(근지구력 강화훈련). 스무명 모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만큼 녹초가 된 뒤에야 훈련이 끝났다.
올해는 여자축구의 해. 9월 중국에서 여자월드컵이 열린다. 아시아 몫으로 배분된 티켓은 2.5장. 이 티켓을 따려면 4월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북한 일본 대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중국은 개최국으로 자동출전권이 있지만 북한 일본 대만 모두 어려운 상대.
대표팀 ‘맏언니’ 이명화(30·INI스틸)는 “지난해 남자축구가 월드컵 4강에 올랐으니 올해는 여자축구가 일을 낼 차례”라며 “월드컵 티켓을 따면 현재 2개 뿐인 실업팀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간판 스트라이커 이지은(24·INI스틸)은 “대부분 팬들은 여자축구대표팀이 있는지도 모른다”며 “올해는 여자축구도 남자 못지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기회”라고 다짐했다.
“선수들의 투지가 믿음직스럽다. 북한이 우리보다 한 수 위라고 하지만 올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꼭 잡고 말겠다.”
안종관 여자대표팀 감독의 출사표도 선수들 못지않게 뜨겁다. 북한은 한국과 함께 예선 A조에 속해있어 어차피 맞붙어야할 상대. 북한은 지난해 10월 부산아시아경기에서 중국과 0-0으로 비기고 우승을 차지할 만큼 아시아 정상급 수준. 따라서 북한을 꺾는다면 월드컵 티켓은 거의 손안에 들어온 셈이나 마찬가지다.
안 감독이 구사하는 전술은 4-4-2. 이 또한 4-4-2 전형을 즐겨 쓰는 북한에 맞불을 놓기위한 포석이다.
호주 친선대회 출전국은 한국과 호주 스웨덴 멕시코. 스웨덴은 99년 미국월드컵 8강까지 오른 강호. 호주 멕시코도 본선진출팀이다. 한국은 당시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
“한국여자축구의 매운 맛을 보여주고 돌아오겠습니다.”
이날 저녁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여자 태극전사들의 얼굴은 결의에 차 있었다.
파주〓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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