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일본에서 뛰고 있는 하은주를 귀국시켜 내년 아테네올림픽에서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신화’를 재현하려던 국내 농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하은주의 아버지인 하동기씨는 27일 “딸이 내년 2월 시즈오카 단과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여자실업팀에서 농구를 계속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귀화하는 방향으로 딸과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우리와는 달리 외국인 용병제도가 없는 일본 여자실업농구에서 뛰려면 일본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일본 국적법은 ‘만 20세 이상으로 5년 이상 일본에 거주해야만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일여중 3학년 때인 1999년 1월 일본으로 건너가 현재 대학 1학년에 재학중인 하은주는 내년 1월이면 귀화요건을 충족시키게 된다. 이에 따라 단과대학을 졸업하는 내년 초 일본 국적을 취득한다는 것이 하은주측의 계획.
하은주가 일본 귀화를 결심한 것은 국내 농구계에 대한 배신감 및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 농구계가 쏟은 각별한 관심 때문. 선일여중 시절 무릎 연골을 다친 하은주는 국내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바람에 일본으로 건너가 2년여의 재활훈련 끝에 재기했다.
일본 농구계가 하은주에게 쏟은 정성은 지극했다. 치료는 물론 장학금까지 지급하며 학업을 도왔고 오카고 3학년 때인 2001년 팀을 일본여고농구 전관왕으로 이끌자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하은주를 귀화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하은주는 1980년대를 풍미했던 ‘코끼리 센터’ 김영희(41·2m2) 이후 처음 등장한 초대형 센터. 김영희와는 달리 순발력과 기동성이 뛰어나 경기경험만 쌓으면 바로 세계정상급 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초대형 재목이다.
하은주의 귀화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은 초상집 분위기. 하은주가 일본 선수가 되면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이어 내년 아테네올림픽에서 20년 만에 은메달 신화를 재현하려는 꿈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중국 일본의 벽을 넘기 힘들어지기 때문.
WKBL 조승연 전무는 “귀국하면 특별 대우를 해 주겠다는 설득에도 하은주가 마음을 돌리지 않고 있다”며 “하은주가 일본에 귀화하면 한국 여자농구는 끝장”이라고 허탈해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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