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1-30, 0-10. 일본 아오모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5회 동계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중인 한국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의 초라한 성적표다. 풀리그 3경기에서 일본 중국 북한과 대결하는 동안 단 1골만 넣고 무려 61골을 먹었다. 승부보다 페어플레이가 중요한 게 스포츠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 스코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실 한국여자아이스하키팀은 국가대표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선수경력이 1년도 채 안된 선수가 엔트리 22명중 80%. 여기에 중학생 선수도 3명이나 된다. 3년이상 스틱을 잡은 선수가 단 4명. 국내에 여자아이스하키팀이 없다 보니 이번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동호인’ 수준이다.
여자아이스하키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책임이 크다. 협회는 99강원아시아경기대회때 “대학에 보내주고 실업팀을 만들겠다”라며 스피드스케이팅 출신 선수들을 모아 사상 처음으로 여자대표팀을 급조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나자 실업팀은커녕 대학팀도 만들지 않아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협회는 지난해 초 부랴부랴 선수들을 모아 팀을 구성했지만 지원은 거의 없었다. 지난 1년간 태릉선수촌 빙상장을 주 3회 쓸 수 있도록 해준 게 전부고 감독 코치는 수당 한 푼 받지 못했다. 이런 마당이니 성적이 좋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런데도 이번 대회에 동행한 협회 임원들의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다른 팀 임원들을 만나 여자아이스하키를 키울 비방을 캐묻고 천덕꾸러기가 된 선수들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도 모자랄 마당에 경기장에 잠깐 얼굴을 비추었다가 경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지기 일쑤다.
한 선수의 아버지는 “선수들은 의기소침해 있는데 임원들은 희희낙락이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또 대표팀을 없애버릴 것이 분명하다”며 “순수한 열정 하나로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이런 식으로 울려도 되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탈북자 출신 대표선수인 황보영도 “협회가 해도 너무한다. 우리가 돈 내가며 훈련했지 아무 지원이 없었다. 북한에도 클럽이 4개나 있는데…”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아오모리=양종구기자 yjon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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