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라이프, 마이 스타일’.
구속받는 것은 싫다. 남들을 따라 하는 것도 싫다.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고집이 있기에 살 맛이 난다. 젊은 스노보더들,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이들은 개성적이다.
프로 스노보더 김수경씨(32). 그 또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그는 한의사 출신. 대학을 졸업하고 99년 현대성우리조트 앞에 한의원을 열었으나 스노보드에 빠져들면서 1년반 뒤 아예 문을 닫아 버렸다.
요즘 그는 하루 6시간∼10시간을 눈 위에서 산다. 주로 하프파이프(원통을 반으로 자른 모양의 눈언덕)에서 훈련을 한다. 시즌인 11월부터 3월하순까지는 아예 부인 김현자씨(31)와 함께 스키장 주변에 숙소를 얻어놓고 산다. 김현자씨도 각종 대회에서 상위입상한 경력이 있는 유명 스노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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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씨의 소속은 스키 스노보드 회사인 ‘살로몬’. 살로몬으로부터 장비는 제공받지만 생활비는 대회에 출전해 받는 상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국내 스노보드 대회라고 해야 한 시즌에 불과 5,6회. 우승상금도 기껏해야 400만원 선으로 아내와 둘이 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팔을 다쳐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스노보드에 푹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스노보더의 강렬한 삶에 끌렸습니다. 의사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지만 눈 위를 바람처럼 달리는 희열은 젊었을 때 아니면 느끼기 어렵잖아요.”
대학시절 스키를 탔던 그가 스노보드 마니아가 된 것은 96년.
“처음에는 멋있어 보여 시작했어요. 배울수록 힘들었지만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꾹 참았습니다. 주위에선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가 좋으면 그만 아닌가요.”
공중 묘기가 많은 스노보드의 특성상 그는 트램폴린에서 공중에 높이 솟아오른 뒤 새 몸동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수없이 반복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개성. “같은 동작으로 무용을 하더라도 평가가 다르듯, 선수들은 같은 기술을 쓰더라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지요.”
그는 물 위에서 보드를 타는 ‘웨이크 보드’에서도 프로선수다. 겨울에는 스노보드, 여름에는 웨이크보드 선수로 활동한다. 눈 위에서든 인생에서든 그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 다닌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후원금 받는 선수 드물어…프로선수들 실태
국내 스노보드 프로선수는 대개 스키 스노보드 메이커 소속이다. 살로몬 로시뇰 등 유명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스키 스노보드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인 살로몬엔 스키 12명, 스노보드 2명이 소속되어 있다.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장비업체는 약 10여개.
선수들은 이들 장비업체로부터 장비일체를 제공받는 한편 다른 관련업체와 계약을 맺고 연봉 형식의 후원금을 받는다. 스키선수는 1000∼2400만원까지 받지만 스노보드는 후원금을 받는 선수들이 드물다. 선수들은 후원금의 대가로 기업체 로고를 새긴 복장으로 출전한다.
세계적으로 한국은 ‘스노보드 열풍지대’. 일본과 유럽에서는 한 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스노보드가 추춤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제 막 스노보드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는 시점.
그래도 국내 스키장에서는 아직 스노보드를 마음놓고 타기가 부담스럽다. 같은 슬로프에서 스키어와 스노보더가 섞여 있을 경우 충돌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다행스런 점은 최근 들어 스노보드 전용슬로프와 시설을 확대하는 스키장이 늘고 있다는 것.
세계 어디를 가든 스노보더들은 파격적이다 싶을 만큼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이다. 일본은 한 때 스노보더들을 스키장의 ‘이단아’로 취급해 입장을 금지시켰으나 시대의 흐름을 막지 못했다. 이처럼 스노보드는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는 풍조를 전파해왔다.
스노보더들의 우상인 테리에 하킨슨 등 유명선수들은 다른 프로종목 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각종 국제대회 상금과 기업체 후원금도 풍부해 연봉 10억원이 넘는 선수가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스노보드의 주요 고난도 기술들
스노보드 선수들은 하프파이프에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평가를 받는다.
기본적인 기술로는 뛰어 올라서 보드를 잡는 ‘그랩’과 공중회전기술이 있다. 공중회전은 몸을 옆으로 돌리는 ‘스핀’과 머리와 다리를 뒤집으며 몸을 위아래로 돌리는 ‘플립’이 있다. 최근에는 이같은 기술을 혼용하는 추세. 사선방향으로 회전하는 ‘로데오’와 나사가 돌아가듯이 회전하는 ‘콕 스크루’ 등이 좋은 예. 선수마다 기본 기술을 응용해 수백가지 형태를 만들어낸다.
▲FRONT SIDE 180도
가슴속으로 180도 돌기. 프론트 360/540 , 하프파이프에서 프론트 360, 720 등의 고난이도 기술을 구사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시선은 스트레이트 점프와 동일하게 착지지점에 고정하고 립(점프대의 끝)을 박차고 나감과 동시에 뒤쪽어깨(오른발잡이 레귤러 기준으로 오른쪽 어깨)를 전방으로 강하게 당겨 준다. 이때 시선만 고정돼 있다면 절대 더 돌아가지 않는다.
▲BACK SIDE 180
등뒤쪽 180도 돌기. 난이도가 있는 기술. 백사이드 540, 스위치(오른발잡이가 왼발잡이처럼 보드타기) 360, 하프파이프에서 에어투페이키(공중에 뜬뒤 방향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착지하기)등을 하기 위한 준비 기술이기도 하다. 보통의 경우 180보다 더 많이 회전하여 엉덩이로 착지하는 실수를 많이 범하게 되는데, 이때는 시선이 너무 많이 돌아가거나 립을 박차고 나갈 때 어깨를 과다하게 회전시킴으로 일어나는 실수이다. 시선을 앞 바인딩 바로 밑에다 고정하고 립을 나갈 땐 베이스로 나가야 한다.
▲멜랑꼴리
스케이트 보드에서 응용된 기술. 공중에 떠서 왼손으로 자신의 양발 사이 뒤꿈치 쪽을 잡는 기술. 스타일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연기도중 나타내보이는 멋진 동작 중의 하나이다. 가장 기본적인 기술중의 하나이지만 이 동작을 구사하는 몸짓과 과정을 통해서 자신만의 개성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
▲테일 그랩
스노보드의 진행방향을 노즈, 뒤쪽을 테일이라고 한다. 공중에서 스노보드의 뒤쪽을 잡는 기술.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다. 멜랑꼴리와 마찬가지로 멋진 연기를 위해서 구사하는 동작 중 하나. 단순한 동작이지만 선수들은 이같은 몸짓을 자신만의 스타일속에 녹여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사진제공 월간 씽스. 촬영 박현상(산타크루즈 스노보드, 웨스트비치 의류)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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