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해체에 따른 충격으로 축구화를 벗어 던졌던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 골키퍼 김미정(25·사진)이 여자축구 부흥을 위해 다시 운동화끈을 조였다.
지난해 말 숭민원더스의 해체로 방황하던 김미정. 지난달 열린 호주 4개국초청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지만 “이젠 축구를 더 이상 하기 싫다”며 거부했다. 언제나 홀대받는 여자축구.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99년 한양여대를 졸업할 때도 척박한 여자축구의 현실 때문에 축구를 그만둔 적이 있었다. 편의점과 커피숍에서 일하며 ‘사범대학 진학’을 꿈꾸던 그는 “너까지 외면하면 여자축구는 완전히 망한다”는 말 때문에 축구로 돌아왔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또 축구화를 벗어던졌던 그다.
그러나 “한국 여자축구를 위해서”라는 안종관 대표팀 감독의 말에 다시 마음을 바꿨다. 온 몸을 다 바쳐 불태웠던 축구. “여자축구가 주목받기 위해선 4월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9월의 월드컵에 꼭 나가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네가 꼭 필요하다”는 안 감독의 말에 다시 흔들렸다.
“더 이상 축구를 할 생각은 없어요. 일단 아시아선수권, 그리고 여자월드컵 때까지만 뛰겠습니다. 그리고는 절대 축구를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왜 돌아왔느냐고는 묻지 마세요.” 김미정은 대표팀 복귀 이유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기 이천시 설봉중 2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김미정은 오산여종고(현 오산정보고)와 한양여대, 숭민원더스를 거치며 한국 여자축구의 기대주로 성장해왔다. 안 감독은 1m72, 63㎏으로 골키퍼로선 최적의 조건을 갖춘데가 순발력과 판단력까지 뛰어나 줄곧 대표팀 골문을 지켜온 김미정을 포기할 수 없어 ‘삼고초려’ 끝에 대표팀에 복귀시켰다. 김미정은 16일부터 열리는 여자축구대표팀 2차훈련에 참가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