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찬호 부활投 시동 “공에 힘이 실린다”

  • 입력 2003년 2월 14일 17시 51분


텍사스 레인저스가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박찬호(30)는 시종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훈련에 나섰다. “윽”하는 특유의 기합소리와 함께 다이내믹한 투구폼으로 볼을 뿌렸고 박찬호의 공을 받은 마이너리그 유망주 제럴드 레어드의 미트에선 “펑”하는 경쾌한 소리가 나왔다.

이날 투구 수는 총 38개. 포수가 선 채로 7개를 하프피칭했고 전력투구로 31개의 공을 뿌렸다. 양념으로 섞은 변화구 서너개를 제외하면 직구 위주의 자신감 넘친 피칭.

첫 팀훈련을 마친 박찬호의 얼굴은 아주 밝았다. 인터뷰하면서도 잦은 농담으로 좌중을 웃겼다. 샤워를 하고 깨끗이 면도를 한 미끈한 얼굴로 나타난 박찬호와의 일문일답.

―부상은 완전히 회복된 건가.

“2001년 허리부상의 후유증이 지난해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아직 조심하고 있지만 80∼90%는 좋아졌다고 본다. 요즘엔 운동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예전의 강속구 회복이 관건인데….

“더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 피칭하면서 왼발을 디딜 때 통증이 없어지니까 올핸 달라지리라는 예감이 든다. 스피드보다는 공에 힘이 더 생긴 것 같다.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근력이 좋아졌다. 오늘 피칭에서도 마음먹은 대로 공이 들어갔다. 제구력에 자신이 생기고 ‘타깃’이 잘 보인다.”

―플로리다에서 스프링캠프를 할 때와 지금 애리조나에서의 차이점은….

“애리조나는 95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 시절(앨버커키 듀크스) 인연이 있었다. 여기서 운동하고 이듬해 메이저리그로 올라간 좋은 추억이 있다. 식당이나 주위환경이 친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김병현의 선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애리조나에 와서 저녁도 같이 먹고 병현이집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병현이집에 갔을 때 느낀 게 많았다. 집을 잘 꾸며놓고 멋있게 사는 것 같았다. 각오도 대단하고 많이 성숙해졌더라. 지난해 내가 힘들어할 때 병현이가 전화로 위로해 주고 도움을 많이 줬다. 잘 할 것으로 믿는다.”

―올 시즌 100승을 눈앞에 뒀는데….(지난해까지 89승62패)

“100승도 중요하지만 당장 1승이 중요하다. 그 1승이 개막전이면 더 좋겠고…. 100승, 200승 쌓아가다 보면 더 나은 게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100승 하는 날은 기념비적인 날이 될 거다.”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지난해엔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앞으론 잘할 일만 남았고 최선을 다하겠다.”

서프라이즈(미 애리조나주)=김상수기자ssoo@donga.com

■쇼월터감독“박찬호 자질 뛰어나…올해는 걱정 안해”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이 최근 3년 연속 조 꼴찌를 한 텍사스 레인저스를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서부조의 ‘복병’으로 꼽는 이유는 신임 벅 쇼월터 감독(47·사진) 때문이다.

그는 98년부터 2000년까지 김병현이 소속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사령탑으로 국내 팬에게도 잘 알려진 감독. 92년부터 95년까지는 명문 뉴욕 양키스의 지휘봉을 잡는 등 감독으로 활약한 7시즌 동안 562승 505패를 기록 중인 명장이다.

그는 14일 첫 팀훈련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박찬호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올 시즌 부활을 장담했다.

―지난해 박찬호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부상도 있었고 새로운 팀, 동료, 환경 등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LA다저스 시절부터 뛰어난 자질을 가진 투수였고 올해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박찬호가 에이스로서의 자질을 갖췄나.

“난 제1선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바로 제1선발이다. 박찬호는 어디 갖다놔도 제 역할을 해낼 투수다.”

―애리조나에선 김병현, 텍사스에선 박찬호와 같이 야구를 하게 됐는데 한국 선수와 미국 선수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론 같다. 그러나 특히 한국 선수들은 육체적인 면과 투지가 뛰어나다. 예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유격수(해태에서 뛰던 이종범)가 아주 인상 깊었다.”

서프라이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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