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시각 장애인 김경미씨의 스키대회
“눈에 보이는 게 없어서 그런가. 무서운 게 하나도 없었어요”
1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스키협회장배 스키대회.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온 시각 장애인 김경미씨(27)는 환하게 웃으며 가벼운 농담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리고는 다른 시각장애인과 어울려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하루 전만 해도 그는 대회참가를 못하겠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 바람에 자원봉사자 안내인 김동진씨(24·용인대 특수체육교육과 4학년)가 온종일 매달려 설득해야 했다. 세상에 새롭게 도전하기란 그렇게 어려웠다.
이날 슬로프 출발선에서도 김경미씨는 두려웠다. “과연 내가 해낼수 있을까?” 안내인 김씨는 3m줄로 김경미씨와 자신의 몸을 묶었다. 드디어 출발. 김동진씨는 뒤에서 쉬지 않고 “왼 쪽, 오른쪽” 하며 앞이 보이지않는 김경미씨에게 길을 안내했다. 700m코스를 내려오는데 2분35초94가 걸렸다. 11명의 시각장애인선수 중 8위.
“마음을 새롭게 한 경험이었어요. 새로운 자신감 속으로 한 발 내디딘 것 같아요.”
그가 스키를 처음 타 본 것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10일부터 13일까지 휘닉스파크에서 실시한 장애인 스키캠프에서였다. 이 캠프에서 김씨는 하루 6시간씩 스키를 익혔다.
“슬로프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까 너무 무서웠어요. 보이지 않는다는 공포…. 다리가 후둘거렸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슬로프를 질주하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쾌함이 밀려왔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는 것이 그의 말.
김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경북 김천의 집근처 밭길을 가다 갑자기 눈이 캄캄해지며 시력을 잃었다. 그의 증상은 ‘시신경 위축’. 대구에서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96년부터 올해 초까지 안마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지냈다.
그는 “하늘이 나에게 주는 시험”이라고 여기며 늘 차분해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세상은 힘들 뿐이었다. 올해 초부터는 직장도 그만뒀다. 이런 그에게 스키는 새로운 희망.
“이제야 비로소 마음의 눈을 뜨게 된 것 같습니다.”
김씨는 “스키를 통해 다시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휘닉스파크=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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