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의농구에세이]“TG 만날라” 눈치보는 1위싸움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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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한국 프로야구. 전기리그 우승팀과 후기리그 우승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나 챔피언을 결정지을 때 얘기다. 당시 전기리그 우승팀 삼성은 껄끄러운 OB(현 두산)대신 만만하게 보았던 롯데를 한국시리즈 상대로 고르기 위해 롯데에게 고의로 두 경기를 져줬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는 무쇠팔 최동원이 우승 승수인 4승을 모두 거두며 롯데의 우승으로 끝났다. 그만큼 스포츠에서의 우승은 만들려고 해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프로농구가 지난 주말 6라운드 중 5라운드 경기를 마쳤다. 이맘 때 쯤이면 상위팀들은 플레이오프 파트너 물색에 들어간다. 문제는 1위를 누가 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상위팀 중 가장 껄끄럽게 여겨지는 TG와의 일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6라운드 경기를 재미있게 보려면 6강 플레이오프에서의 대진표를 알아두면 좋을 듯 싶다. 3개 팀씩 2조로 나뉘어 진행이 되는데 1위팀 조에는 4위와 5위가, 2위팀 조에는 3위와 6위가 편성이 된다.

앞서 얘기한 84년 프로야구의 경우처럼 껄끄러운 팀을 피해간다고 꼭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LG와 동양은 이왕이면 TG를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같다.

이런 의미에서 1,2위 자리를 놓고 벌어질 동양과 LG의 눈치싸움에 포커스를 맞추면 자칫 맥이 빠질 수도 있는 마지막 라운드의 관전 재미를 더할 수 있다.

1,2위 싸움 못지않게 6강 티켓의 마지막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이변이 없는 한 5강은 사실상 가려졌다. 나머지 한 자리 싸움은 현재로선 모비스가 SBS에 2게임차, SK 빅스에 3게임차로 앞서 있어 가장 유리하다. 하지만 모비스와의 맞대결에서 이긴다면 1게임차가 줄기 때문에 SBS도, 빅스도 여전히 실낱같은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모비스전에서 승부욕을 불태웠던 유재학 감독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양 팀간 전적에서는 우리가 앞서기 때문에 동률만 만들면 돼요”라고 말했다. 연세대 선배인 모비스 최희암 감독이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지만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역시 봐주는 건 없나보다.

방 송 인 hansunky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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