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네덜란드]‘젊은 오렌지군단’을 꺾다

  • 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08분


지난 수요일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한국-네덜란드올림픽대표팀의 경기를 관람했다. 네덜란드는 올림픽대표를 ‘종 오란제(Jong Oranje)’ 즉 ‘젊은 오렌지군단’이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젊은 태극전사’들과 ‘젊은 오렌지군단’의 대결이었다.

전반전은 추운 날씨에 왜 떨고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할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후반전에 이천수가 투입된 후부터 한국은 네덜란드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네덜란드팀의 어처구니없는 플레이를 보던 한 네덜란드 청년은 “대∼한민국”하며 한국을 응원했다.

네덜란드올림픽팀이 이렇게 맥없이 무너지다니 참 뜻밖의 일이었다. 네덜란드 축구팬들은 유능한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국에게 진 것에 매우 실망한 모습이였다.

네덜란드팀에는 이곳 축구전문가나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19세의 차세대 유망주가 있다. 송종국이 소속해 있는 페예노르트의 공격수 로빈 반 페르시다. ‘공의 마법사’로 불리는 반 페르시는 얼굴이 미남인데다 축구도 잘해 요즘 네덜란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수다.

지난 6개월동안 반 페르시처럼 많은 기사를 제공한 선수도 없었다. 그는 한동안 페예노르트 감독과 선수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고집 세고 거만한 그는 남을 존중할 줄 모르고 오직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사소한 일로 환갑을 넘긴 팀닥터와 말싸움을 하는가 하면 같은 포지션의 동료선수들과 쓸 데 없는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엔 대선배인 ‘프리킥의 달인’ 반 호이동크(33)를 밀어 내고 마음대로 프리킥을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또 상대 선수와 다투다 어이없이 공을 뺏기고 파울을 하는 바람에 다 이긴 경기를 비기게 한 적도 있다. 물론 그날 감독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지만….

지난해 8월말 결국 일이 터졌다. 레알 마드리드와 수퍼컵 경기를 하기위해 니스에 도착하자 마자 태도불량으로 팀에서 쫓겨난 것이다. 반성문까지 써야 했던 반 페르시는 그 후 잘못을 반성하고 심기일전해 마스팔로마스 토너먼트에서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고 암스텔컵 경기에서 5골을 넣는 등 엄청난 활약을 했다. 또 지난주 아약스전에서 동점골을 넣는 등 9경기에서 14골을 넣는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 줬다. 네덜란드 언론은 그를 네덜란드의 축구를 이끌 차세대 재목감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그가 뛰고 있는 네덜란드올림픽대표팀을 적지에서 꺾은 젊은 태극전사들의 기량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로테르담=최삼열통신원 sammycho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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