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의 농구에세이]관중 눈높이 만큼만 해라

  • 입력 2003년 2월 24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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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SBS 스타즈와 모비스 오토몬스전. SBS의 승리로 두 팀간의 승차는 2경기차로 좁혀졌다.그러나 6위 자리가 뒤바뀐다는 것은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역전이 힘든 상황.

이날 안양체육관에는 평소보다 많은 관중이 찾아 홈팀인 SBS를 응원했다. 이날 필자의 뒷자리에는 고등학교 1,2학년으로 보이는 남학생 셋이 앉아 그날 경기에 대해 열심히 애기를 주고 받으며 즐기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여러차례 나를 놀라게 했다.

ⓐ:“강대협 오늘 캡 잘한다.” ⓑ:“SBS 선수중에 강대협이 제일 늘었어. 황진원이랑 기량발전상 후보잖아.”

그렇다. 강대협은 올해 SBS의 가장 큰 수확으로 봐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다시 그들의 대화로 돌아가 보자.

ⓒ:“양희승 왜 저러니.” ⓑ:“원래 발목 부상이 있잖아.”

셋 중에선 ⓑ가 농구에 대해 가장 해박한 것 같다. 양희승은 LG 시절 경기중 발목부근 아킬레스근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지금은 그 휴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BS의 6강 진출이 무산된다면 그 첫 번째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그럼 오성식은 왜 벤치에만 앉아 있냐.” ⓒ:“그러게. 그럼 왜 강동희랑 맞바꿨지?.”

이들도 요즘 강동희의 활약에 비해 오성식의 침체가 아쉬운 모양이다. 어느 감독보다도 팀의 색깔을 자신의 것으로 짙게 가져가는 것이 모비스 최희암 감독이다. 우지원이 경기초반 백차(림도 맞지 않고 빗나가는 슛의 은어)를 여러 차례 날려도 마지막 순간 한방을 위해 그를 계속 뛰게 한다. 물론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진다. 천하의 강동희 김영만도 그와 소위 ‘코드’가 맞지 않으면 함께 갈 수 없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카리스마에서 비롯된다.

이날 그 학생들은 “감독이 작전타임을 왜 안부르냐”, “속공찬스인데 왜 공을 질질 끄냐” 등 일반인의 수준을 넘는 농구상식을 갖고 있었다.

프로농구 6년. 이 학생들은 대략 초등학교 5,6년 때부터 농구를 접했을 것이다. 길거리 농구에서도 ‘스핀무브’ 정도는 어렵지 않게 나온다. 그들의 수준에 맞지 않아 우리 농구가 외면 당하는 일은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점프 포 더 드림(Jump for the dream)’. 정말 ‘우리 모두의 꿈을 위해 다시 뛰어야 할’ 시점이다.

방송인 hansunky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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