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감독 선동렬’ 생각 좀 해봅시다

  • 입력 2003년 2월 28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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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얘기지만 올시즌이 끝난 뒤 내년 이맘 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내년 이맘 때는 1일 출국한 선동렬이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1년간의 코치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 각 구단의 영입 경쟁이 불을 뿜을 것이다. 지난 겨울에 이어 다시 한번 선동렬 태풍이 프로야구판을 강타할 게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선동렬은 실로 복을 타고난 사람이다. 그의 말대로 너무 일찍 태어나 박찬호나 이승엽 만큼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다. 하지만 야구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명예를 얻었다.

그에 앞서 박철순과 최동원이 있었지만 이들의 말년은 쓸쓸했다. 코치 생활은 단명으로 끝났다. 박찬호나 이승엽이 은퇴후에도 선동렬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동렬도 잠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 올해가 앞으로 자신의 20년을 결정짓는 고비이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선동렬은 온통 자신에게 쏠릴 주위의 기대를 극복해야 한다. 선동렬이 하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구단과 팬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지난 겨울 나타났던 것처럼 지도자 경험이 일천한 그에게 코치보다는 바로 감독을 맡기려는 구단의 성급함도 문제다. 선동렬도 한때 마음이 흔들렸다고 고백했다.

‘국보급 투수’라고 최고의 지도자가 된다는 법도 없다. 이는 팀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과 상통한다. 삼성 김응룡을 비롯,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나가시마 시게오, 다이에 호크스의 왕정치, 뉴욕 양키스의 조 토레가 만년 꼴찌팀의 감독이었다면 선수 시절 이들의 화려했던 경력은 어느새 과거로 묻혀버렸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동렬의 올해말 사령탑 데뷔는 전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지난 겨울 제의를 받았던 영문 이니셜을 쓰는 두 구단의 감독이라면 낫겠다. 두 팀 모두 현재보다는 미래가 약속된 구단. 그렇다고 상위팀인 삼성과 기아를 비집고 들어가기는 무리가 따른다. 두 팀은 각각 스승과 직계 선배가 맡고 있다.

코치를 하려 해도 대상은 불과 두세 팀으로 제한된다. 웬만한 감독이면 그를 데리고 있는 게 불편할 게 분명해 눈칫밥을 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볼 때 선동렬은 차라리 주니치에서 1년을 더 공부한 뒤 감독 계약기간 만료가 줄을 잇는 내후년 시즌 마음 편히 복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우리네 구단들이 그를 가만 놔둘리 만무하겠지만 말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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