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 레슬링 대표팀의 그레코로만형 코치로 깜짝 발탁돼 지도자 수업을 떠난 뒤 한달간의 휴가차 귀국한 심권호는 5일 “태극 마크를 다시 달고 싶다. 언제 내가 한번이라도 내 입으로 은퇴한다고 한 적이 있는가”라며 “내년 2월에 있을 예정인 아테네올림픽대표 선발전에 참가 하겠다”고 말했다.
심권호가 밝힌 청사진은 내년 2월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이루겠다는 것. 그러나 심권호가 태극 마크를 달기는 첩첩산중이다. 지난달 올 세계선수권대표 선발 1차전에서 ‘샛별’ 임대원이 우승을 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으며 지난해 심권호를 대표팀에서 탈락시킨 바 있는 하태연도 여전히 건재하다. 나이 서른이 넘은 심권호로선 아무래도 이들 젊은피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심권호는 “레슬링은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지난해 부산아시아경기 대표였던 하태연이 금메달을 놓치는 것을 보고 마냥 후배들에게 맡겨놓을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 올림픽 출전 사상 개인 종목에서 2연패에 성공한 것은 심권호와 94릴레함메르와 98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쇼트트랙 500m를 석권한 전이경뿐이다
심권호는 지난해 5월 부산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한동안 마음을 못잡고 방송 해설과 영화 출연 등 잠시 외도를 하다가 2년간 미국 대표팀 코치 계약을 하고 떠났다. 심권호는 그동안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의 미국 대표팀 숙소에서 “미국 선수들과 함께 매트 위를 뒹굴며 충분히 몸을 만들었다”며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사실상 플레잉코치 역할을했다는 것.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다.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결과에 만족할 것이다.”
돌아온 ‘작은 거인’ 심권호의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말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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