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범경기에서 그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3일 첫 선발에선 2이닝 6안타 5실점. ‘처음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7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두 번째 등판에서도 2와 3분의 2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얻어맞고 4안타 6실점했다. 2경기를 통한 평균자책이 무려 21.21. 1경기 9이닝을 던진다고 했을 때 21점을 내준다는 계산이다.
물론 시범경기 피칭 내용은 정규시즌과 아무 상관이 없다. 박찬호는 2000시즌 시범경기에서 1승도 없이 3패에 평균자책 7.43을 기록했지만 정규시즌에서 개인최다인 18승(10패)을 따냈다. 반대로 1999시즌엔 시범경기에서 0점대(0.78) 평균자책으로 팬들을 설레게 했지만 그해 13승(11패) 평균자책 5.23의 평범한 성적을 거뒀다. 그렇다 해도 올 시즌 박찬호의 시범경기 모습은 실망스럽다. 아무리 시범경기지만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나 페드로 마르티네스(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팀의 에이스가 이처럼 많은 실점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박찬호는 제구력에 자신이 있다고 했지만 그것도 불펜피칭을 할 때뿐. 2차례의 시범경기에서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이 4와 3분의 2이닝 동안 5개나 된다. 직구스피드도 148㎞에 불과하다. 7일 경기에서 1회 직구를 통타당한 박찬호는 2회부터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타자들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140㎞대의 위력 없는 직구는 더 이상 안 통한다는 얘기.
박찬호는 “실망하지 않으며 지금 여러 가지를 테스트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 시즌은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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