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리는 2003동아서울국제마라톤 마스터스 부문에 출전하는 이용우씨(53·베누스 안경점)와 한승기씨(39·아시아나항공 차장)는 마라톤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았단다.
이씨는 40대 중반이던 95년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에 출전한 것을 계기로 ‘마라톤 인생’을 살고 있다. 당시만 해도 마스터스 부문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 그는 뭔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앞뒤 가리지 않고 참가해 5시간45분만에 ‘꼴찌’로 완주했다. 뛰다가 힘들면 걷기도 했고 길가에 잠시 누워있다 다시 뛰기도 했다. 고통은 금세 더 큰 성취감에 묻혀버렸다.
그 때부터 그는 아침 저녁으로 뛰었다. 지금까지 풀코스 14번 완주, 최고기록은 2002동아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57분27초(50대부 1위)다.
이씨는 요즘 좌절한 50대 가장들에게 마라톤을 통해 희망을 전해주는 ‘희망 전도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명퇴와 해고를 당해 어깨가 처진 이들을 마라톤에 끌어들여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 이씨는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서는 모두 인생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의욕적으로 살고 있다. 고개숙인 50대에게 마라톤을 통해 일어서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승기씨는 2001년 4월 우연히 5km단축마라톤에 출전한 뒤 새로운 삶을 찾았다. 당시 몸무게 103kg.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싫었다. 주위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5km를 뛰었는데 걷다시피하며 간신히 완주했다. “내가 이렇게 살아야하나”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일산 호수공원을 혼자 달리다 그해 9월 호수공원마라톤클럽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마라톤에 입문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동아마라톤에서 4시간36분만에 풀코스를 완주했다. 완주도 완주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게 가장 큰 소득. 그해 춘천마라톤 기록은 4시간3분. 몸무게도 88kg으로 빠졌다. 요즘엔 몸도 마음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회사 사정상 일주일에 3∼4일밖에 못달리지만 달릴 때가 가장 기쁘단다. 한씨는 “사는 게 이렇게 즐거운지를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알게 됐다. 삶의 활력소를 찾는 사람은 마라톤을 시작하라”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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