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강회장의 사의표명은 결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 아니다. 오히려 배구계가 그를 회장자리에서 내몰고 있다는 것이 맞다.
강 회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배구계 최대 파문인 LG화재 이경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는 직접 구단주들을 찾아 다니며 설득했지만 팀 이기주의의 벽에 가로막혔다.
이해관계가 걸린 팀들은 강 회장의 타협안에 처음에는 수긍하는 듯하다가 뒤돌아서서 말을 바꾸며 판을 깨고는 했다. 한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강 회장이 수모를 당했다고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배구계 최대 행사인 슈퍼리그 개막식에조차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것에서 배구에 대한 강회장의 실망을 읽을 수 있다.
배구협회는 지금 최대의 위기에 빠져 있다. 일부 팀은 특정 팀이 지난 몇 년간 선수를 독식한 것에 대해 극심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피해의식은 문제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협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LG화재의 슈퍼리그 불참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급기야 선수와 지도자 출신 배구계 인사들이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슈퍼리그 경기장은 관중들의 환호 대신 구호와 몸싸움으로 얼룩졌다. 이미 조영호 부회장이 물러났다. 그래도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배구협회의 위기는 배구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배구인들이 눈 앞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한 누가 회장으로 와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불신의 벽을 허물고 이해관계를 떠나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강회장의 갑작스런 사의표명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배구가 살아야 배구인들도 산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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