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이 나오려면 선수 컨디션, 코스, 날씨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날 거트 타이스, 지영준, 지미 무인디(케냐) 등 선두그룹의 초반 페이스는 상당히 괜찮았고 올해 새롭게 바뀐 코스 역시 평탄한 편이어서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특히 페이스메이커로 나서 우승까지 한 타이스와 20㎞ 지점에서 기권한 엄효석(건국대)이 페이스를 잘 이끌었다.
날씨도 출발 때는 흐린 가운데 기온 섭씨 8.5도, 풍속은 초속 2.2m로 적당했다.
하지만 15∼20㎞ 지점부터 빗방울이 굵어지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마라톤에서 가랑비는 선수들을 쾌적하게 해줄 수 있어 도움이 되는 반면 비가 많이 내리면 근육이 경직되고 체온이 떨어져 애를 먹게 된다. 또 신발과 유니폼이 젖어 기록 향상에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다. 비와 싸움을 하다 보니 선두그룹이 막판 스퍼트를 제대로 못해 2시간7분대 진입에 실패했다.
지영준은 페이스메이커인 타이스가 중간에 그만두는 게 아닌가 신경쓰다가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았다. 또 40㎞ 지점에서 미리 승부수를 띄우지 못한 게 옥에 티였다.
지영준은 비록 준우승에 그치기는 했지만 경기 내내 근성 있는 레이스를 펼쳐 차세대 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점이 큰 소득이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한국 여자 선수들은 10∼15㎞ 지점부터 독주에 나선 장수징(중국)에게 너무 처지는 바람에 레이스 후반 만회하기가 어려웠다.
선수층이 두꺼운 중국은 지난해 웨이야난에 이어 2년 연속 여자 우승자를 배출하며 마라톤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황규훈 건국대 마라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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