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홈런을 기다리던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의 최희섭(24)이 시범경기 첫 홈런을 터뜨렸다.
20일 애리조나주 메사의 호호캄파크에서 열린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스플릿스쿼드’(한 팀을 둘로 나눠 벌이는 분리경기) 게임. 메이저리그 최고의 슬러거 새미 소사에 이어 4번타자 겸 1루수로 포진한 최희섭은 1회 1사 1, 2루의 찬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날려버린 뒤 3회 1사 1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섰다.
상대는 왼손투수 마크 루커시비츠. 최희섭은 볼카운트 원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몸쪽 직구를 제대로 받아쳤고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115m짜리 역전 투런 홈런. 이 경기는 시카고 컵스가 2-1로 역전승해 최희섭의 한방은 승부를 단숨에 가른 결승 아치였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15게임 36타수 만에 첫 홈런. 그동안 장타는 2루타 3개와 3루타 1개에 그쳤던 최희섭은 이날 터뜨린 홈런으로 비로소 슬러거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왼손투수를 상대로 한 장타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좌완에 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
최희섭은 5회엔 삼진, 8회엔 볼넷을 골라 이날 3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전체성적은 15경기에서 타율 0.324(37타수 12안타)에 1홈런 6타점 7득점. 이날 4번으로 선발출전한 그는 시범경기에서 처음으로 교체되지 않고 9회까지 경기를 소화, 시카고 컵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믿음이 굳어졌음을 확인했다.
1루수 경쟁상대인 에릭 캐로스가 이날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분리경기에서 만루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5타점을 거뒀지만 둘의 승부는 최희섭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최희섭은 경기가 끝난 뒤 “상대투수 루커시비츠는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자주 경기를 해 서로 잘 아는 사이인데 경기 후 만났더니 실투였다고 하더라. 상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 기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등판, 제구력 난조로 3이닝 동안 3안타 4볼넷으로 2실점했다. 하지만 애리조나가 3-2로 역전승하는 바람에 패전투수는 면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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