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균(이하 나)=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다. KBO는 선수협을 법적으로는 인정했지만 그 실체에 대해선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이상일(이하 이)=선수협의 총의에 대해선 경청할 자세가 돼 있다. 다만 사무국장의 개인의견이 총의로 둔갑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나=우리 회장단 8명의 얼굴을 보라. 내 의견만으로 단독 결정을 내리기엔 결코 녹록한 사람들이 아니다. 10원 한푼을 쓰더라도 결재를 맡아야 한다.
결국 이는 나를 미워해서 나오는 얘기다. 선수들을 운동만 하는 기계라고 생각하는 탓도 있다. 선수들을 무시하지 마라.
이=그렇지 않다. 지난 단장회의 결과가 나왔을 때 사무국장은 그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표시하지 않았는가.
나=연초에 선수협이 내건 4대 요구사항에 대해 KBO와 구단이 보여준 노력에 대해선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하다.
이=먼저 연금제도는 금리 인하로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했다. 10년간 매년 33만6000원(KBO와 선수 각 18만6000원)을 내면 20년 거치후 매월 50만원씩 연금을 받게 돼 있었지만 금리가 내려가 문제가 생겼다. KBO에선 선수협 요구대로 선수 대표를 연금관계위원회에 참석시킬 의향이 있는 등 발전적인 방안모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선수협은 KBO 사무총장 판공비 반만 넣어도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둥 부정적인 얘기만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다.
나=사무총장은 연금관계위 운영위원장이다. 그만큼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실제로 그 정도 돈이면 올해 등록선수의 연금 부담분과 맞먹는다. KBO는 요즘 1년 수익이 100억원에 이른다. 이중 선수들을 위해 투자하는 돈은 30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KBO와 구단은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1.5%’였던 연금금리가 8년 전 1.5% 부분은 없어지고 정기예금 금리로 축소됐는데도 지금껏 은폐하고 있었다.
이=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은 선수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연금액을 저축하고도 55세가 되면 10년 근무한 선수가 연 113만엔, 15년 근무한 선수가 142만엔의 연금밖에 받지 못한다. 반면 우리는 연 600만원이다.
또 연봉의 상후하박 구조를 비판하는데 일본은 최저 연봉이 440만엔이고 우리는 1700만원이다. 그쪽이나 우리나 역대 최고연봉은 일본이 6억1000만엔, 우리가 6억3000만원인데 말이다.
나=빠진 게 있다. 1군 최저연봉을 비교해 보자. 일본은 1500만엔이고 미국은 메이저리그가 30만달러다. 반면 우리는 1700만원이다.
이=그렇다면 우리는 1군선수단의 평균연봉이 1억원에 육박한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리고 선수협이 벌써 두 번째 경기 보이콧 운운하는 것은 동업자 정신을 잊어버린 극한적 투쟁방식이다.
나=우리는 올해 요구한 4개항중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와 △연봉조정위원회 구성원 재조정 부분에 대해선 유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구장내 응급구조체계 개선과 연금제도 개선 부분에 대해선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수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면 보이콧은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KBO와 구단도 이 문제에 대해선 다 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벌써 여러 구장이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선수협에 바라고 싶은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된다는 것이다. 양측 의견이 달라도 어떤 부분에 있어선 한 목소리를 낼 때가 있어야 한다.
나=충분히 공감한다. 상호 비방은 누워서 침뱉기다. 선수협도 야구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함께 힘을 모을 것이다.
정리=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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