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를 앞둔 두 노감독이 8년만에 다시 만난다.
박종환 대구 FC 감독(67)과 차경복 성남 일화 감독(66). 이들은 경희대 시절부터 함께 공을 찬 둘도 없는 친구사이다. 요즘도 축구 얘기만 나오면 밤을 지샐 정도. 이 두 ‘할아버지 감독’이 26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삼성하우젠 K리그2003에서 8년만에 다시 맞대결을 펼친다.
나란히 명장 소리를 듣는 이들이지만 정상까지 올라온 길은 너무 달랐다. 박 감독이 선수시절부터 잘나갔다면 차 감독은 뒤늦게 꽃을 피운 케이스.
박 감독은 청소년과 국가대표선수를 거쳐 감독으로 참가한 83년 멕시코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4강신화를 이룩한 주인공. 또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일화 천마(현 성남) 창단 감독으로 정규리그 3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러나 96년 초 일화와 결별하고 이 해 아시안컵에서 이란에 2-6으로 대패한 뒤 국가대표팀도 떠나 지금까지 야인으로 지냈다. 그동안 여자축구연맹을 만들고 숭민원더스 감독과 단장을 지낸 것이 전부.
차 감독은 선수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경희대 인천대 중소기업은행 등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박 감독이 잘 나갈 때 그는 그늘에 있었다. 95년 전북 다이노스 창단감독으로 잠깐 프로에 몸담았지만 3년 만에 떠났다. 95년 전북팀을 이끌고 박 감독의 일화와 5번 맞붙어 1무4패로 완패한 아픈 기억도 있다. 차 감독은 98년 성남을 맡아 지난해 정규리그 2연패를 이루며 마침내 명장 반열에 올랐다.
이런 만큼 대결을 앞둔 두 감독의 각오는 남다르다. 박 감독은 “전력상 열세이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하겠다”며 오랜 친구를 상대로 첫 승을 벼른다. 차 감독도 “박 감독이 팀을 잘 만들어 안심할 수 없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 감독은 서로를 너무 잘 안다. 박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선수들을 독려하는 스타일.
반면 차 감독은 선수들을 다독거려 내사람으로 만드는 ‘인자한 할아버지’형.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강조하는 안정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공은 둥글고 인생은 세월따라 돌고 도는 법. 두 노감독의 축구 승부는 누구의 승리로 돌아갈까.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