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부터 계속돼 온 ‘20경기 연속 무승(7무13패)’ 기록에 마침표를 찍은 다음날인 27일 대전 시티즌 최윤겸(41·사진) 감독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최 감독이 대전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은 올 1월1일. 지난해 9월 구단이 터키출신인 트나즈 트라판 감독을 영입하는 바람에 부천 SK 사령탑에서 물러났다가 3개월 여만에 복귀한 것.
최감독은 지난해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무려 17년을 뛴 부천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온 것에 대해 아직도 서운한 감정을 지우지 못한다.
그러나 최 감독은 막상 친정팀 부천을 희생양 삼아 첫 승리를 거두자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사실 옛 정을 생각하며 쉬어가기에 ‘20경기 무승’은 너무 큰 짐이었다.
최감독은 전임 이태호 감독이 그만두는 바람에 네덜란드 연수도 중단한 채 갑자기 팀을 맡았다. 막상 부임하고 보니 선수들은 수비위주의 소극적인 플레이에 젖어 있었다.
최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선수들에게 “수비축구로는 이기기는 커녕 팬들의 호응조차 얻기 힘들다”며 공격 위주의 플레이를 주문했다. 선수들은 동계훈련에서 감독 지시를 불평없이 따라주었다.
여기에는 ‘재미있는 축구’를 지향하는 최 감독의 지휘 스타일도 한몫을 했다.
새로운 전술이 선수들의 몸에 익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비록 성남 일화와의 개막전에서 0-1로 패했지만 선수들은 몇 개월 사이에 완전히 달라진 공격력을 과시하며 최 감독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고 결국 두 번째 경기에서 지긋지긋한 ‘악몽’을 벗어 던졌다.
“올해 10승 이상을 올려 6∼7위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최 감독은 “대전에서 제2의 지도자 인생을 펼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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